[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공영방송 KBS는 스스로를 '국가기간방송'이자 '재난주관방송사'라고 말한다. 이번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해 KBS는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뉴스특보를 방송"했으며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참사의 원인과 문제점을 심층 진단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 제시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과연 그랬는지 의문이다. 아니 제대로 공영방송 역할을 할 생각이라도 했었는지조차 지극히 의문이다. 사고 직후 KBS 뉴스특보에서는 "선내에 시신이 엉켜 있다"는 앵커 멘트와 함께 '구조당국 "선내에 엉켜 있는 시신을 다수 확인"'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방송에 어울리지 않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표현인 데다 명백한 오보다. '사실 전달'이라는 재난 방송의 기본조차 지키지 못한 셈이다. 이로 인해 KBS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이 정도는 사소한 잘못이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라는 KBS 보도국장의 발언은 이번 사고에 대한 공영방송의 인식과 보도태도를 보여주는 결정판이었다.
KBS가 관심이 있었던 것은 실종자 구조보다는 '대통령을 구조하는 것'이었던 듯하다. '박 대통령, 참담한 심정…구조 최선 다해야' '박 대통령 현장 방문…1분 1초가 급해' '검찰이 직접 전국 선박 안전 점검 나서' '박 대통령, 분향소 조문…안전한 나라 만들 것' 등 정부를 대변하는 듯한 보도 일색이었다. "대통령 방문 당시 혼란스러움과 분노를 다루지 않았다. 육성이 아닌 컴퓨터그래픽(CG)으로 처리된 대통령의 위로와 당부만 있었다"고 지적한 이 방송사의 막내 기자들의 반성문도 이를 고백하고 있다.
전 국민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에 잠겨있는 상황에서 앵커들에게 검은 색 옷을 입지 말라고 했다는 보도책임자의 발언은 헛웃음만 나오게 한다. 이 와중에 KBS는 여당의 힘을 빌어 수신료를 현행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리려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틈탄 '기습 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참다 못한 유가족들은 지난 밤 KBS를 항의 방문했다. 그러나 가족들 앞에 KBS의 진심 어린 반성은 없었다. 무엇이 공영방송인지에 대한 인식도 없었다. 이런 방송에 수신료를 인상해줘야 할까. 아니 수신료를 주기는 해야 하는 걸까.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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