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 '다나카의 스플리터, 왜 위협적인가'에 이어 계속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26)는 세 가지 속구를 던진다. 일본프로야구에서는 포심에 간간이 투심을 섞었다. 싱커는 지난해 9월부터 던졌다. 많은 전문가들은 다나카가 빅리그에서도 포심과 투심 조합을 고수할 것으로 봤다. 예상과 달리 다나카는 포심과 싱커 위주로 던진다. 구종비율은 Pitch F/X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게 집계한다. 팬그래프닷컴은 포심 156개, 싱커 145개다. 브룩스 베이스볼은 포심 132개, 싱커 149개다. 두 구종은 타자들에게 그리 위협적이지 못했다. 팬그래프닷컴의 집계에서 포심은 피안타율 0.262 OPS 0.883, 싱커는 피안타율 0.364 OPS 1.023를 기록했다. 브룩스 베이스볼도 다르지 않다. 포심은 피안타율 0.313 피OPS 1.094, 싱커는 피안타율 0.324 피OPS 0.946다. 일반적으로 속구가 타자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는 이유는 세 가지다. ▲구속이 느리거나 ▲변화구의 완성도가 떨어져 속구를 게스히팅하기 좋거나 ▲존의 가운데(한가운데 낮은, 한가운데, 한가운데 높은)와 높은 쪽(몸 쪽 높은, 한가운데 높은, 바깥쪽 높은)에 꽂히는 공이 많기 때문이다.
다나카의 속구 평균 구속은 147.3km다. 올 시즌 빅리그 선발투수들의 평균인 146.7km보다 약간 빠르다. 다나카는 변화구의 위력이 좋은 투수다. 스플리터 외에도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갖췄다. 그 피안타율과 피OPS는 각각 0.130과 0.261이다. 커브도 피안타율 0.250 피OPS 0.750을 기록할 정도로 움직임이 좋다. 그렇다면 제구의 문제일까. 코스별 투구 데이터를 제공하는 브룩스베이스볼에 따르면 포심은 존의 가운데로 몰리는 비율이 15.91%, 존의 높은 쪽 비율이 16.66%다. 싱커는 존 가운데가 6.04%, 존 높은 쪽이 3.36%다. 다나카의 포심은 오른손타자를 상대할 때 커맨드가 좋지 않았다. 존 가운데에 21.79%, 존 높은 곳에 20.5%다. 오른손타자들은 가운데로 몰리는 공에 타율 0.300(10타수 3안타), 존 높은 곳의 공에 타율 0.500(8타수 4안타)을 쳤다. 타구 가운데 3개는 홈런이었다. 다나카의 싱커는 회전각도(Spin Angle)가 231도다. 235도의 스플리터와 큰 차이가 없다. 스플리터와 싱커가 거의 같은 팔각도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각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독도 있지만, 싱커는 실투가 거의 없는데도 적잖게 장타로 연결됐다. 피홈런이 2개, 피장타율이 0.568이다.
다나카의 속구가 얻어맞는 이유를 글쓴이는 두 가지로 추정한다. ▲숨김 동작(Deception)이 좋지 않고 속구를 던질 때 몸의 중심이 뒷발(오른다리)에 많이 남아있다. 또 ▲볼넷을 내주지 않기 위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던진다. 투수들은 위력적인 속구를 던지기 위해 두 가지 점에 신경을 쓴다. ▲빠른 팔 스윙에 강한 골반회전을 동반하고 ▲하체의 중심이동 과정에서 뒷발에 모은 힘을 효과적으로 홈 플레이트 방향에 싣는다. 다나카를 비롯한 아시아 투수 대부분은 하체를 중심으로 하는 딜리버리를 구사한다. 다나카는 수년간 관찰해온 빅리그 스카우트들은 투구 폼의 중심이동 동작에서 미흡함이 발견된다고 입을 모았다. 오른 팔을 최대한 타자의 눈에서 감추는 숨김 동작도 좋지 않다고 했다. 속구의 위력을 알 수 있는 지표로는 상하움직임(Vertical Movement)과 라인드라이브 타구비율(LD%), 스윙스트라이크 확률(Sw Str%) 등이 있다. 다나카의 속구 상하움직임은 포심이 21.8cm, 싱커가 16.9cm에 불과하다. LD%는 포심이 20.6%, 싱커가 31%다. Sw Str%는 포심이 5.1%, 싱커가 9.7%다. 타자들에게 그리 위력적이지 못했다.
다나카는 좀처럼 볼넷을 내주지 않는다. 9이닝 당 볼넷(BB/9)과 볼넷비율(BB%)은 각각 1.27개와 3.6%다. 수치는 빅리그 최상급에 해당한다. 그는 7일까지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BB/9과 BB% 모두 전체 7위다. 이는 선발투수에게 대단한 무기다. 그러나 게스히팅의 표적이 되는 위험성도 안고 있다. BB/9과 BB%에서 각각 2위와 3위를 달리는 데이빗 프라이스(29·템파베이 레이스)와 바톨로 콜론(41·뉴욕 메츠)의 투구를 살펴보자. 프라이스는 BB/9과 BB%이 각각 0.92개와 2.5%에 불과하나 9이닝 당 피홈런(HR/9) 1.48개나 된다. 콜론도 각각 0.98개과 2.5%의 짠물 투구에도 HR/9이 1.72개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끝에서 다섯 번째다. 이들에게서는 한 가지 공통점이 더 발견된다. 속구를 던지다가 홈런을 자주 허용했다. 프라이스는 올 시즌 8개를 맞았는데 이 가운데 포심이 1개, 투심이 3개였다. 7개를 허용한 콜론은 포심이 3개, 투심이 3개였다. 다나카도 홈런 7개 가운데 속구가 5개였다.
다나카는 1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속구로 스트라이크를 다시 넣으려다 많은 장타를 맞았다. 1스트라이크에서 피장타율은 포심이 1.143, 싱커가 0.786이다. 장타 중에는 홈런 3개(포심 1개, 싱커 2개)도 있다. 양키스타디움, 펜웨이파크, 캠든야드, 로저스센터 등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팀들의 홈구장은 타자친화구장이 주를 이룬다. 이런 환경에서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던지면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 결국 다나카가 양키스에서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내려면 존을 살짝 벗어난 속구의 커맨드와 브레이킹 볼(슬라이더, 커브)에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2스트라이크 이전 볼카운트에서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잘 던지고 있지만 말이다.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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