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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檢의 전직 수장 망신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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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7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13층 소회의실. 서울지검 제1차장과 2명의 부장검사가 언론을 상대로 전직 검찰수장의 사생활을 공개했다.


"아빠라고 자필 기재한 연하장을 받았음" "돌잔치를 할 때도 집에 왔었고"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팔짱을 끼고 촬영"….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다. 세월호 참사로 국민이 시름에 잠겨 있는 이때 전직 검찰수장에게 혼외자가 있는지, 없는지 따지는 것도 어색한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검찰총장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이끌다 '혼외자' 논란으로 낙마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수사결과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말 그대로였다. 핵심은 빗겨간 채 서둘러 봉합한 모습이다. 검찰 수사결과는 청와대 논리를 그대로 옮겨놓았다는 뒷말을 자초했다.

검찰 발표 초점은 전직 검찰수장 사생활에 집중됐다. 검찰은 채 전 총장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씨 임신 초기 산전기록부, 임씨 아들 채모군의 초등학교 학적부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남편' '부(父)'란에 각각 채동욱, 검사 등으로 기재됐다면서 채군의 아버지가 채 전 총장이라는 점은 간접사실과 경험칙에 의해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생활을 샅샅이 캐면서 정작 채 전 총장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아들이라고 단정하면서 당사자를 불러 아들이 맞는지 확인하지도 않았다는 얘기다.


혼외자가 있느니 없느니 밝히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었던 채 전 총장 주변에 대한 청와대의 뒷조사 의혹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무혐의 결론에 이른 과정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핵심 당사자를 불러 조사하지도 않았고, 청와대의 부실한 답변서를 그대로 받아들였을 뿐이다. 적당히 수사를 하고는 그냥 믿어달라는 식이다. 청와대만 흡족할 검찰 발표, 전직 검찰수장 망신주기 이벤트는 이렇게 마무리 지으려는 것인가.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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