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타나(카자흐스탄)=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지역과 매물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금융은 해외에 진출해 뿌리 내리기가 만만치 않으니 적당한 게 있으면 사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는 매물을 계속 찾고 있습니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이 해외서 현지 은행을 인수할 수 있다는 계획 아래 다양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현지 금융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메트로익스프레스은행 외에 추가적인 인수합병(M&A)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서 행장은 4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차 카자흐스탄 아스타나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서 행장은 "카자흐스탄은 현지 법인을 세워 진출했고 인도네시아는 기존에 있는 은행 지분 40% 인수인데 올해 인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서 행장은 "인도네시아에서 제일 관심 있는 것이 은행 수를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현지 당국은 신한은행에서 하나 더 인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도 하나 정도 더 살 생각이 있으므로 의견을 좁히는 노력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해외 영업망 확대를 통해 아시아 전역을 잇는 '아시아금융벨트'를 구축한다는 것이 서 행장의 구상이다. 신한은행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이번 ADB 총회가 열린 카자흐스탄과 인근의 우즈베키스탄 등에도 각각 법인과 사무소를 두고 있다. 서 행장은 "카자흐스탄에는 2008년에 진출해 초기에는 어려웠지만 지금은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라며 "모기지론 등을 통해 현지화를 하고 있고 이런 노력으로 최근 늘어난 고객의 50%가 현지인"이라고 소개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신한은행은 전 세계 15개국 68개 점포가 전부 2년 연속 흑자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서 행장은 "현지에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현지 개인들과의 거래도 있지만 현지 기업들과 거래를 많이 유치하는 것도 현지화"라고 강조했다.
서 행장은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서도 영업력을 강화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는 "프랑크푸르트에 현지 법인이 있는데 북유럽에서는 영업을 활성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폴란드에 사무소를 신청했더니 우호적으로 신속하게 허가를 해줬다"며 "올해 2~3분기 중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이를 토대로 유럽 쪽 경쟁력도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내 은행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해외 지점 사고에 대해서도 서 행장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서 행장은 "중국 등도 다 점검했다"며 "현재로서는 일본을 포함해 모든 해외 점포에서 문제가 없다는 확인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다른 은행에서 문제가 불거진 일본 내 영업에 대해서는 "일본은 법인이기 때문에 현지법을 적용 받고 일본 금융청의 감독을 받는다"며 "지점장의 전결 한도도 낮고 오랫동안 영업의 뿌리가 있기 때문에 고객과 리스크를 분석하는 것이 다른 곳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서 행장은 또 수익 확대를 위해 투자은행(IB) 분야를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IB쪽 영업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며 "시장 요구에 맞는 상품을 선보이고 국내는 물론 해외 IB 시장에도 과감하게 나가야 한다는 기본 흐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서 행장은 무리하게 성장만을 추구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서 행장은 "취임하고 나서 영업 성장 부분에 무리하게 드라이브를 건 적이 없고, 약한 부분이 있으면 강화해 장기적 동력으로 방향을 잡자는 것이 철학"이라며 "신한은행은 자산 포트폴리오 등의 부분에서 시장에 흔들리지 않고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스타나(카자흐스탄)=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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