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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구명벌’ 부실점검, 돈 때문이라니

시계아이콘01분 24초 소요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둥근캡슐 모양의 ‘구명벌’(구명뗏목)은 선박이 침몰하면 일정한 수압에 의해 자동으로 배에서 떨어져나와 팽창된다. 둥근모양의 겉 케이스의 잠금장치를 풀어 수동으로 펼칠 수도 있다. 흔히 구명보트로 불리는 ‘구명정’이 승선한 상태에서 탈출하는데 비해 구명벌은 바다에 떨어뜨린 후 승객들이 뛰어내리거나 배 난간에 있는 탈출용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어린이나 노약자들에겐 다소 위험성이 따른다


그런데 이번에 침몰한 세월호에는 왜 타기에도 불편한 구명벌만 있었을까?. 해양수산부의 ‘선박구명설비기준’ 고시에 따르면 국제선인 ‘1종선’은 최대 승선인원의 75%를 수용할 수 있는 구명정과 25%를 수용할 수 있는 구명벌을 갖춰야한다. 이에 반해 국내선인 ‘2종선’은 최대 승선 인원을 수용하는데 충분한 구명정 또는 구명벌 구비하도록 규정됐다. 즉, 둘 중 하나만 선택하면 된다.

국내에서만 운항하는 2종선에 해당하는 세월호는 구명벌을 선택했다. 구명벌이 구명정 보다 가격이 훨신 싸다는 이유가 크다. 세월호 뿐만 아니라 2종선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선사들이 그렇다고 봐도 된다. 어떤 게 더 좋고 더 나쁘다고 하긴 힘들다.


문제는 세월호에서 보듯 국내선 대부분에 장착돼있는 구명벌이 제대로 작동하는 지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정상 작동된 구명벌은 전체 46대 중 1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수사중에 있어 구명벌이 정말로 작동을 안했는지, 그렇다면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해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장비의 불량일 가능성이 적쟎다.

세월호는 지난 2월 한국선급의 안전점검에서 모두 정상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검찰은 한국선급이 혹여나 어떠한 댓가를 받고 선사에서 요구하는대로 선박검사를 해줬는지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24일 검찰과 해경 등 6개 유관기관이 인천항에 정박된 여객선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벌인 현장에서도 구명벌에 대한 이같은 우려를 떨칠 수가 없었다. 해경 등은 선박안전 점검시, 구명벌의 이상유무를 검사하는 사설기관의 검사필증만을 확인하는데 그친다. 구명벌이 비상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는 현장 점검에서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점검이 너무 형식적이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관계기관은 “우수 검사기관으로 인증받은 곳에서 안전검사를 받는데 믿지 못하면 어떡하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구명벌을 한번 폈다가 접는데 돈이 많이 든다”고 했다. 사설기관에서 구명벌을 원상태로 복구하는 데 드는 비용이 100만~300만원이라는 설명이다.


세월호의 경우처럼 대형 참사를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구명벌이며 선박 안전점검을 받는 것일 텐데, 비용 문제로 이같은 허술한 점검이 용납되야 하는 지 묻고 싶다. 지도감독기관이 직접 나서는 현장점검이라면 적어도 구명벌 수십대 중 한 대 정도라도 실제 작동여부를 테스트해야 하지 않을까?.


너무 비싸서 펼쳐 점검할 수 없다는 구명벌이지만 이날 점검현장에선 친절하게도(?) 취재진의 요청에 따라 선사 직원이 수동으로 구명벌을 바다로 떨어뜨려 펼쳐지게 하는 시범을 선보였다. 검찰까지 나서서 이례적으로 특별점검을 벌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비싼 비용을 감내하면서까지 보여준 친절함이지만 고맙지만은 않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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