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회피 논란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3일 "청와대 안보실의 역할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고 말한 가운데, 정부의 해양사고 매뉴얼에는 국가안보실이 중앙사고수습본부 상위에서 상황을 관리하도록 돼 있어 책임회피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해양수산부가 공개한 해양사고(선박) 위기관리 실무 매뉴얼에 따르면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는 사고가 실제로 일어났을 때인 대응 단계는 물론, 예방, 대비, 복구 등 전 단계에서 위기관리에 관한 정보와 상황을 종합하고 관리하도록 돼 있다.
단계별 각 기관의 임무와 역할을 나열한 매뉴얼에서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중앙안전관리위원회, 해수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 해양경찰청, 소방방재청 등 직접적인 관계기관보다 앞서 그 역할이 기재돼 있다. 이 매뉴얼은 지난해 6월 해수부가 만들었다.
종합체계도상에도 마찬가지다. 맨 위에 대통령이 있으며 그 아래는 중앙안전관리위원회다.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는 대통령과 총리를 보좌한다.
시민단체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측은 "국가안보실은 조직도에서 대통령을 제외하면 가장 상위에 놓여 있고, 중앙안전관리위원회와 중앙사고수습본부 모두에 관여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며 "조직체계상 가장 상위에 위치하고 종합과 관리를 하는 곳이 컨트롤타워가 아니면 무엇이겠느냐"고 지적했다.
김 실장의 과거 발언에서도 국가안보실이 국가비상사태에 대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김 실장은 지난해 4월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가안보실은 안보·재난·국가핵심기반 시설 분야 위기 징후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며 "국가안보 및 위기관리 전반에 관련된 범정부적 대응활동을 조정·통제하며 국가비상사태에 대비하는 컨트롤타워"라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이 대참사로 이어진 배경으로 컨트롤타워 부재, 미숙한 대응 등이 꼽히자, 국가안보실이 부랴부랴 책임회피에 나섰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재산, 건강을 위협하는 모든 요소에 대한 최종적 책임이 있는 청와대의 국가안보실이 책임회피성 발언을 한 것에 대한 논란이 거셀 전망이다.
이재은 전 국가위기관리센터 정책자문장(충북대 교수)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김 실장의 발언은)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걸 이야기하는 것과 똑같다"며 "최종적 책임은 대통령실에 있는데 (김 실장이) 그것을 우리가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한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보공개센터 관계자도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던 것이 아니라 국가안보실이 사건대응 동안 부재했던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국가안보실은 해양사고 발생에 따른 위기정보, 상황을 공유해 관리하는 것을 주요 기능으로 하고 있을 뿐 컨트롤타워 기능은 가지는 것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중앙안전관리위원회가 전반적 컨트롤타워 기능을 갖고, 해양사고에 특정해서는 중앙사고수습본부가 그 기능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