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역사실록 스토리텔링 사진집 ‘마포찬가’ 발간…1900~2013년 마포의 변화 300점의 사진, 그에 얽힌 이야기로 풀어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그때가 아마 최고였을 거다. 자고 일어나면 이웃에 누군가가 이사를 왔으니까 말이야. 토막집, 판잣집, 가건물들이 염리동 만리동 아현동 공덕동 노고산동 언덕배기까지 발 디딜 틈 없이 까맣게 들어섰어.”
6·25 전쟁이 끝난 후 서울의 인구가 급증할 당시 교통이 편리하고 그나마 집값이 싼 마포는 인가만점의 정착지였다. 기록을 보면 실제로 1964년 마포 인구는 광복 당시에 비해 2~3배 정도 증가됐다.
- 마포찬가 중 ‘해방둥이 아버지와 붐비는 마포’편-
마포구(구청장 박홍섭)와 마포문화원(원장 최병길)은 1900년대부터 2013년까지 10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마포구가 현대화된 도시로 발전하는 과정을 300여점의 사진과 함께 스토리텔링 기법을 통해 보여주는 사진집 ‘마포찬가’를 4월 펴냈다.
이 사진집은 점차 사라져가는 마포의 옛 모습과 관련된 영상과 기록들을 체계적으로 수집, 관리함으로써 마포의 향토역사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취지로 제작됐다.
총 270쪽 분량에 300여점 사진이 수록된 ‘마포찬가’는 1900년대부터 2013년까지 마포의 변화상을 ‘백절불굴(百折不屈)’ ‘상전벽해(桑田碧海)’ ‘파란만장(波瀾萬丈)’ ‘청출어람(靑出於藍)’ 등 4개의 테마로 구분해 정리했다.
여기에 실린 사진자료는 2012년부터 2년간 수집한 것으로 서울시사편찬위원회, 서울역사박물관, 국사편찬위원회, 국가기록원 등 관련 기관에서 소장 중인 마포 옛 사진을 비롯해 마포구, 마포문화원 보유사진, 내고장마포 독자투고, 학교, 그 밖에 마포 옛 사진 소장기관 등을 통해 입수한 총 1018점의 사진 가운데 추린 것이다.
또 선정된 사진에 대해 시대적 배경, 역사적 사실, 숨어 있는 소재들을 발굴, 스토리텔링화 작업을 거쳤다.
사진집은 인구이동이 많은 서울이지만 마포는 특이하게 마포 토박이가 많다는 사실에 착안, 한 가족의 세대별 화자들이 사진에 얽힌 이야기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펼쳐진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까지 시기인 ‘백절불굴(百折不屈·백번 꺾여도 굴하지 않음)’의 장에서는 삼개나루에 얽힌 포구이야기, 6·25 전쟁 때의 마포, 선통물천, 아소정, 마루보시, 와우아파트 등에 관한 이야기를 실었다.
지금은 모두 복개된 선통물천은 마포에서 한양 사대문 성 안으로 물건을 실어 나르던 물길로 연세대 뒷산인 안산에서 시작돼 애오개를 거쳐 아현동을 지나 공덕로터리에서 지금의 마포유수지로 흐르는 지천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인공터널을 뚫어 물길을 바꾸었고 1960년대 도시정비사업으로 점차 복개작업이 이뤄져 물길이 사라지고 지금은 하수와 우수통로로 쓰이고 있다. 사진집에는 유유히 흐르던 선통물천의 사진과 복개돼 도로가 난 현재의 사진이 함께 실려 있다.
지금의 홍대 뒷산인 와우산과 6·25 전쟁에 얽힌 이야기와 사진도 눈길을 끈다. 와우산 고지는 6·25 전쟁 격전지 중 하나로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왔던 북한군에 빼앗겼던 와우산은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 이후 행주나루터를 건너 마포로 진입한 미군과 국군이 함께 북한군을 몰아냈다. 와우산은 야트막하지만 일대가 훤하게 내려다 보여 중요한 고지였다.
한국전쟁 이후부터 1980년대까지 도시 재건, 대교 건설, 아파트시대 개막, 아시안게임, 서울올림픽 개최 등을 거치며 도시로 변모해 가는 과정은 ‘상전벽해(桑田碧海)’와 ‘파란만장(波瀾萬丈)’의 장에서 다루고 있다.
마포는 6·25 전쟁 이후 자고 일어나면 판잣집들이 늘어날 정도로 인기 만점의 정착지로 꼽히며 인구가 증가하기 시작, 1965년 완공된 제2한강교(합정동~당산동을 잇는 양화대교) 개통과 함께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던 진창 밭의 동교동, 서교동, 합정동 일대가 정비됐다.
그런가 하면 현재 서울서부지방법원 자리에는 일제 강점기 때 경성형무소가 있었다. 1912년 지어진 경성감옥은 서대문구에 있던 경성감옥의 수용공간이 부족해 새로 지어졌으며 항일독립운동가들이 옥고를 치른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1963년 안양교도소로 이관되면서 마포형무소는 문을 닫았다. 마포대로를 사이에 두고 형무소와 초가집, 논밭이 펼쳐진 흑백사진이 생경하게 다가온다.
그 밖에 서울의 아파트시대를 연 최초의 아파트단지, 도화동 마포아파트, 공덕오거리와 공덕로터리의 다른 점(로터리는 신호등이 없는 원형교차로로 공덕오거리에 만리고개 방향에 있는 섬이 공덕로터리)을 정확히 구분하는 마포토박이 구별법, 경보극장, 밤섬, 물에 따라 울고 웃는 마포 등이 실려 있다.
마포토박이가 청출어람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뜻을 담은 ‘청출어람(靑出於藍)’은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소시민의 삶을 담은 설비가게와 전파사, 시장과 족발, 교련시간, 절두선 순교성지와 난지도 등에 관한 이야기를 실었다.
청출어람의 시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난지도. 나라의 정사가 잘되는지 알려면 난지도에 핀 꽃들을 보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난지도의 꽃들의 낙원이었다. 새들이 노래하던 모래섬은 쓰레기매립장이 돼 1978년부터 거대한 쓰레기 산이 솟기 시작했다. 100m 높이의 거대한 쓰레기 산에서는 가스가 발생해 크고 작은 화재도 일어났다. 서울이 2002년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되면서 난지도 매립지는 월드컵공원으로 다시 한 번 환골탈태의 기회를 갖게 된다.
이번 사진집은 구립 도서관을 비롯해 서울시 전역의 공공도서관과 관내 교육기관에 배부, 지역사회 교육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마포는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마포를 터전 삼아 살아온 수많은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세월의 강물 속에 녹아들어 오늘의 마포를 만들어 낸 것”이라며 “그 과정의 편린들을 엮은 이 사진집이 마포를 기억하고,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자산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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