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해난 구조 전문가 밝혀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구조 당국이 20일부터 세월호 침몰 구조 현장에 투입한 무선조종 원격수중탐색장비(ROV)가 실제론 별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무용지물'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1일 익명을 요구한 해난 구조 전문가는 전남 진도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간업체의 자원에 의해 한 차례 투입됐지만 선체 진입도 제대로 못해 시신 수습과 구조에 도움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에 따르면 전날 저녁 해경은 자정께 민·관·군 합동구조팀이 '무인잠수로봇'으로 불리는 미국제 ROV(remotely-operated vehicle) 1대를 선수 부분으로 투입했다.
이 ROV는 카메라 및 구동 장치 등을 갖춰 평상시엔 원격 수중 탐색이 가능하며, 의자 크기의 작은 장치로 보유 업체 측은 원격 조정을 통해 선내 진입과 수색이 가능하다며 투입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거센 물살에 ROV가 제대로 조정이 되지 않아 진입구를 찾아 스스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결국 잠수사 1명이 ROV를 끌고 진입구까지 유도했지만 조종이 불가능해 선내에 투입해 수색에 나서지도 못하고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전문가는 "군이나 해경도 비슷한 장비를 보유하고 있지만, 덩치가 커서 선내에 들여보낼 수 없어서 그동안 투입하지 않았다"며 "이번에 투입된 장비는 한 민간업체에서 한 번 해보겠다면서 자원해 투입한 것으로 거센 물살 때문에 조종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ROV를 투입시키느니 차라리 잠수사 한명이라도 더 들어가서 수색하는 게 더 낫다. 어차피 사람이 끌고 가야 하기 때문"이라며 "어차피 사람이 끌고 가야 한다. 목표로 하는 빠른 구조, 시신 수습에 도움이 안 된다. 군 보유 ROV 투입이 안 도니 것도 큰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와 관련 범정부사고수습본부는 마치 ROV가 구조에 큰 역할을 할 것 처럼 홍보하는 한편 21일에도 구조 작업에 ROV를 활용할 것임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생색내기, 탁상 공론식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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