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IoTㆍInternet of Things)이 각광받으면서 관련 상품과 서비스 개발이 한창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내로라하는 사업적 성공사례가 없다. 이유는 무엇일까? 사물인터넷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많다. 국방, 의료, 자동차, 선박 등 생활과 관련된 모든 것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사물인터넷의 핵심가치를 이해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중 과연 '무엇'이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도 이용할 IoT가 될 것인가?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IoT 서비스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미래 먹거리 시장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계가 주목하는 분야는 바로 헬스케어 시장이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지난 2012년 81.4세로 이미 80세를 넘었지만 건강수명은 66세에 불과하다. 15년이 넘는 시간을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으면서 보낸다는 것이다. 치매환자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말년에 부양가족이나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야만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런 만큼 노년 건강 수명을 위한 수준 높은 헬스케어에 대한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다. 예방ㆍ진단ㆍ치료ㆍ재활 등 각 분야에서 IoT를 활용한 획기적인 서비스는 가히 '한계가 없는' 시장을 창출할 것이다.
호주의 브리즈번에 위치한 마스터 헬스 서비스는 연간 50만명의 환자를 서비스할 정도로 큰 규모의 병원이다. 이 병원은 일찌감치 정보통신기술(ICT)의 중요성을 깨닫고 병원의 디지털화를 진행 중이다. 병원 내부에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신생아실 아기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고 간호사 역시 멀리 있어도 환자의 상태 확인이 가능하다. 캐나다 온타리오에 위치한 런던 헬스 사이언스 센터는 자동화된 입원실을 구축해, 환자가 간호사의 도움에서 벗어나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여 큰 각광을 받고 있다. 두 병원의 사례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첫째는 자신 혹은 가족의 건강상태를 시시때때로 확인하길 원하는 수요자가 많다는 것이고, 둘째는 환자가 되더라도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존엄성을 지키길 바란다는 것이다. 이 점에 착안한 제품과 서비스 개발이 바로 미래 먹거리 창출의 해답일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십여 년 전부터 고령화에 따른 노인건강 및 의료비 부담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CT를 의료 분야에 융합하려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바이오셔츠'는 의복형 생체신호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심전도를 통해 심박수, 호흡수, 운동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어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낙상폰'은 노인에게 낙상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보호자에게 알려줌으로써 빠른 조치를 취할 수 있으므로, 멀리 계신 부모의 안부를 걱정하는 자녀에게 큰 도움을 준다. 웨어러블 제품 외에도 ETRI는 재활 및 진단, 치료를 위한 로봇, 센서, 영상 기술 등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을 위한 전반적인 원천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물론 밝은 전망에도, 갈 길이 녹록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스마트 헬스케어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센서, 소프트웨어(SW) 등의 핵심 기술을 확보가 중요하다. 융합기술 관련 기술개발의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로서는 장기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대형과제 수행이 필수적이다. 또한 원천 특허로 인한 진입 난항도 커다란 장벽이다. 특허 정보 파악 자체가 어려운 만큼 R&D 수행 시 관련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강한 특허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또 현행 의료법은 미국, 캐나다 등에 비해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에 제한도 있다. 원격 의료 관련 기술을 만들어 놓고도 해외시장만 바라봐야 하는 산업체도 애로점이 크다. 이렇듯 미래 먹거리 시장은 쉽게 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산학연의 발 빠른 연계와 협력이 꿈의 미래를 만들기 위한 해법으로 작용하길 기대해 본다.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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