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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르포] 학부모들 "왜 안오니 왜 안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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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르포] 학부모들 "왜 안오니 왜 안오니" 16일 오후 안산 단원고 학부모들이 진도 팽목항 앞에서 실종자 구조를 기다리며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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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진도=김재연 기자, 최동현 기자, 안산=유제훈 기자] 세월호가 침몰한 진도의 사고현장과 사고를 당한 학생들이 다니던 경기 안산 단원고에는 생존자를 기다리는 간절한 염원이 가득했다. 시시각각 들려오는 소식에 기대했다가도 다음 순간 절망의 한숨을 내쉬었다.


17일 오전 3시께 진도 팽목항. 실종자 가족들은 부두 부근에 앉아 구조 함정을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부와 각종 구호단체들이 임시 쉼터를 만들어 놨지만 가족들은 추운 바다 바람에도 담요를 뒤집어 쓴 채 바다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TV가 있는 대합실 안에는 가족들이 사망자 외에 바뀌지 않는 구조자 수를 기다리며 '아이구' 아이구'를 연신 내뱉었다. 바닷 바람도 수온도 차가운 가운데 정부와 언론의 미숙한 대응을 성토하는 목소리만 뜨거웠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살아있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녀가 실종자 명단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는 신창식씨는 울먹이며 이같이 말했다. 한 학부모는 바다를 바라보고 "왜 안와아 왜안와아, 게임도 한번 안한 아이였는데…"라며 오열했다. 한 실종자 아버지는 "무슨말을 해요. 가슴이 찢어지지. 곱게 키워왔는데… "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구조소식을 기다리며 실종자 가족들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밤새 여객선이 도착할 때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배를 향하는 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원래 구조자를 치료하기 위해 현장에 투입된 의사 김진혁씨는 "정오 이후 구조가 끊겨서 인원 몇 명이 철수했다"며 "현재 실종자 가족들 치료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르포] 학부모들 "왜 안오니 왜 안오니" 17일 오전 진도 실내체육관에 안산 단원고 학부모들이 실종자 수색을 기다리고 있다.

17일 오전 5시께 진도 실내체육관 학부모대책본부 현장. 밤새 한 숨도 못 잔 안산 단원고 학부모들은 오전 일찍 재개될 예정인 수색작업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밤새 흐느껴 울거나 오열한 탓인지 눈은 부어 있었으며 시간이 멈춘 듯 넋이 나간 표정은 시종일관 TV 중계화면만을 향하고 있었다.


아침 일찍 내린 비와 강풍 등으로 수색작업이 지연되자 학부모들의 마음은 더욱 타들어갔다. 학부모 유모씨는 "지금 당장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가서 수색작업을 계속 요청해야지 여기에 있어서는 답이 안나 온다"며 "밖에 버스가 마련됐으니 당장 팽목항으로 가자"고 소리쳤다. 이에 체육관에 있던 절반가량의 학부모들이 체육관 밖으로 빠져나가 버스를 타고 팽목항으로 향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가 발표를 뒤집은 사실과 언론이 오보를 냈던 사실을 지적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몇몇 실종자 가족들은 밤새 침몰 여객선을 수색 중이라는 정부의 발표를 못 믿겠다며 직접 해경과 진도군이 제공한 경비정 및 어선을 타고 수색 현장을 돌아보기도 했다. 가족들은 언론 보도도 믿지 못하겠다며 생방송이 가능한 방송의 탑승을 요구하기도 했다.


16일 오후 10시께에는 "여객선에 남아 있는 학생으로부터 카카오톡 문자가 왔다"는 얘기가 나돌아 팽목항 일대가 술렁이기도 했다. 17일 새벽 2시5분께는 김모양 등 4명 등이 선체 내 오락실에 갇혀 있다는 전화가 왔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오전 8시께 일대의 소란이 잠시 소강되자, 구관호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정보수사과장이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구 과장은 "오전 6시부터 약 13분가량 잠수요원 2명이 수중탐험을 했지만 바다 속에 와류가 있어서 선체 진입에 실패했다"며 "현재 유속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앞으로 실시간 상황을 30분마다 즉각 브리핑하겠다"고 말했다.


해경의 이같은 발표에 오전엔 선채에 진입해 아이들의 생존 여부를 확인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학부모들은 크게 낙담했다. 아들을 애타게 기다리던 한 학부모는 "우리 호진이가 걱정말라고 기다리라고 했다"며 "제발 우리 아들을 빨리 구해달라"며 흐느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어제 밤에 수색안하고 뭐했느냐"라며 "오늘 비 온다고 했는데 왜 수색을 오늘까지 미루다 이지경이 되도록 만들었나"라고 소리쳤다.


9시께, 치료를 위해 마련된 의료 침상 옆에서 한 학부모가 "배에 갇혀 있는 학생들로부터 방금 전화가 왔어요"라고 외쳤다. 그러자 순식간에 많은 학부모 및 취재진들이 그곳으로 몰려갔다. 해당 학부모는 "방금 아는 분에게 연락이 왔는데 그분 아들이 전화를 걸어왔다고 한다"며 "아들이 살려달라고 소리쳤다고 한다"고 다급히 정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전날 소문으로만 돌았던 카카오톡 메시지가 와전돼 전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실망한 학부모들은 더 크게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흐느꼈다.


몇분 후, 또 다른 시신 2구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구조 소식이 아닌, 사망 소식만 전해져오는 탓에 학부모들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이날 오전 4시 사고 현장으로 배를 타고 나가 이제 막 복귀했다는 한 학부모는 "정부는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현장에 가본 결과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게 오늘날의 대한민국이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17일 아침, 실종 학생들이 소속돼 있던 단원고등학교의 분위기는 전날보다 더욱 침울했다. 16일에 이어 이날까지 학교일정이 전면 중단됐고,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진도 현장으로 이동해 학교는 얼핏 텅 빈 듯했다. 그러나 학교 곳곳에서는 선배·친구ㆍ후배들의 무사귀환을 기다리며 눈물을 흘리고있는 학생들, 조카·사촌형제들을 기다리며 하염없이 울고 있는 친지들이 보였다.


친한 선배가 배 안에 갇혀 있다는 한 학생은 "바닷물도 차고 점점 산소도 줄어든다는데 빨리 구조해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그래도 SNS로 생존자들의 연락이 닿는다고 하니 살아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희망 섞인 기대를 걸기도 했다.


안산시민들 역시 단원고 학생들의 비보에 안타까워했다. 택시기사 김모(47)씨는 "학부모는 아니지만 세월호 침몰 소식을 들으니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면서 "모든 학생들이 무사했으면 좋겠다"고 심경을 드러냈다. 고대 안산병원에서 만난 김숙희(48·여)씨도 "우리 고3아들과 친한 (단원고)후배가 연락이 안 된다고 해서 나왔다"면서 "학부모들 가슴이 얼마나 아플지 생각하면 …"이라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한편 16일 늦은 밤에 구조된 학생들 가운데 상태가 양호한 학생들이 안산으로 돌아왔다. 개별적으로 귀환한 인원과 당국에서 준비한 수송차량을 이용해 상경한 인원을 포함해 총 66명(남학생 27명, 여학생 38명, 교사 1명)이 고대 안산병원으로 옮겨졌다.


구조된 학생들이 차량에서 내리자 기다리고 있던 가족들에게서 안도의 눈물이 쏟아졌다. 가족들은 병원 곳곳에 있는 관계자들에게 "친척인데 얼굴을 딱 한 번 만 확인해도 되겠느냐"며 호소했다. 천행으로 학생을 만난 가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연신 제 피붙이가 맞는지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학생들은 사고의 충격이 아직 잊혀지지 않는 듯 경황없는 모습이었다. 대다수의 구조 학생들은 취재진의 질문이 부담스러운 듯 학부모와 병원 관계자의 보호를 받아 진료실로 직행했다. 그 과정에서 취재진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가족들도 있었다.


이들 속에서 자기 자녀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가족들도 있었다. 생존자 문모(17·여)양의 이모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여성은 "생존자 명단에는 있는데 학교, 교육청 어디에서도 우리 아이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한다"면서 "여기(고대 안산병원)에서도 못 찾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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