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갈곳없는 흡연족들…숨박꼭질 흡연

시계아이콘02분 08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건물안팎 모두 '금연구역'…인근 산·주차장 골목 숨어서 흡연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희뿌연 담배 연기가 골목 안을 가득 메웠다. 미세먼지가 가득 내려앉은 16일 오전 여의도 증권가. 담벼락에 다닥다닥 붙어 담배를 태우는 직장인들의 모습은 학교 수업시간에 '땡땡이'를 치고 몰래 담배를 피우는 중ㆍ고등학생과 다르지 않았다. 골목 가득 메운 담배연기와 미세먼지가 합쳐져 시야가 더욱 좁아진 행인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지나갔다. 곳곳에 설치된 '금연구역' 표지판은 무용지물이다. 사무실에서 오랫동안 흡연욕구를 참아왔던 애연가들은 연거푸 담배를 태우며 갈증을 달랬다.


'흡연족'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올해부터 전국의 공중이용시설에서 금연구역이 전면 시행되면서 흡연가들이 마음 놓고 담배를 태울 장소가 줄어든 탓이다. 한 때 흡연실을 방불케했던 여의도공원 앞에 큰 길은 담배연기가 사라진 대신 오가는 사람이 뜸한 증권가 뒷골목은 흡연실로 변했다. 흡연족은 이래저래 고달프다. 상사의 눈을 피해 근무시간 틈틈이 건물 밖까지 나와야 하는 데다 행인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견뎌야 하는 탓이다.

◆"장거리 비행기 타는 기분으로 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박모 이사는 최근 장거리 비행기를 타는 기분으로 출근을 한다. 20년째 애연가인 그는 출근 후에는 담배를 태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담배회사를 상대로 흡연피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만큼 업무 중에는 담배를 입에 물지 않는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부인의 눈치가 보여 집안에서는 태울 수 없다. 퇴근 후 아파트에 들어서기 전에 태우는 것이 하루 중 유일한 낙이다. 박 이사는 "대부분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태울 곳이 없다"면서 "끊어야지 하면서도 잘 안된다. 담배를 태우고 싶어도 참아야지 별수 있느냐"고 말했다.


증권사에 근무하는 조모씨(40)도 흡연을 참는다. 담배를 태우기 위해선 건물 밖으로 나가야 하는 데다 이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상사가 신경 쓰이는 탓이다. 회사에선 조씨가 흡연가인지조차 모른다. 조씨는 "하루 반갑 정도 태우는데 모두 퇴근 후에 몰아 태운다"면서 "회사에서도 금연을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여서 드러내놓고 태우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비가 오면 더욱 작아지는 '애연가'= 흡연족은 비를 싫어한다. 그나마 날씨가 맑으면 건물 밖에서 담배를 태울 수 있지만 비가 내리면 흡연할 장소는 더욱 없다. 선물 투자사에 근무하는 윤모씨(38)는 "비가 오는 날이면 회사 건물 지하의 처마 밑에서 담배를 태운다"면서 "그마저도 사람이 많을 때는 우산 쓰고 나와서 태우는데 그럴 때가 제일 싫다"고 말했다. S병원에 근무하는 임모 팀장(51)은 담배를 태우기 위해 건물 인근 산으로 간다. 병원 건물 자체가 금연구역인 만큼 건물 주변에서도 흡연이 불가능하다. 또 다른 종합병원의 성 모 실장은 금연구역을 벗어나기 위해 20분이나 도보여행을 떠나야 한다.


금연구역 지정이 확대되면서 건물 주자창이나 행인이 없는 골목에서 숨어서 태우는 애연가들도 종종 목격된다. 하지만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태우는 직장인들도 많다. 여의도 한 증권회사 앞에서 만난 양모씨(38)는 "금연구역 표지만 붙어있을 뿐 대부분이 이 곳에서 담배를 태운다"면서 "여기서도 못 태우면 어디로 가냐"고 토로했다. 이 건물 앞에는 증권사에서 자체 제작한 금연 안내 표지판이 세워졌다. 양씨는 "흡연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래서 화단 쪽을 보고 연기를 뿜는다"고 말했다.


◆금연구역 확대되도 금연 시도는 줄어 =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발표한 '2013년 지역건강통계'에 따르면 현재 남자 흡연율은 45.8%로 일년 전 46.4%에서 조금 줄었다. 하지만 한 달 안에 금연을 실천하겠다는 흡연자의 금연시도율은 2012년 6.1%에서 지난해 5.4%로 줄었다. 건물 10층의 사무실에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건물 밖으로 나와야하는 수고스러움을 감수하고 여전히 담배를 태운다는 것이다. 27년 동안 담배를 태웠다는 금융회사 직원 정모씨(47)는 "금연법이 시행된 이후 매일 담배를 태우러 (건물 밖으로)내려온다"면서 "이제는 일상이라 불편함을 못느낀다"고 말했다.


IFC몰 인근 증권회사에 근무하는 이모씨(40)는 매일 근무 중 세 차례 흡연 여행을 떠난다. 사무실은 건물 19층. IFC몰 인근에 설치된 흡연구역까지 내려오는 데 5분 이상이 걸린다. 이씨는 한번 내려올 때마다 담배를 2대씩 태운다. 금연클리닉에 다닌다는 그는 "담배를 끊어야지 생각은 하는데 못 끊겠다"면서 "흡연구역까지 가는 것이 번거롭긴 하지만 그래도 어쩔수 없다"고 말했다.


담배값 인상도 애연가들의 흡연의지를 꺾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H증권의 윤모씨(38)는 "담배를 태우는 사람들에게 가격은 중요하지 않다"면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담배값이 저렴하다. 담배값이 크게 오르지 않는다면 계속 태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