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할 축구대표선수 23명이 다음달 9일 결정된다. 홍명보 감독(45)이 지난해 6월 부임한 뒤 여러 경기와 훈련을 통해 골라낸 정예멤버를 발표한다. 예정보다 20일 정도 일정을 당겼다. 홍 감독은 불필요한 경쟁을 줄여 훈련의 집중력을 높이고 팀원들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말했다. 예비 명단에 든 일곱 명은 공개하지 않는다. 완전히 탈락한 선수들이 받을 충격을 생각해 내린 결정이다.
홍 감독은 선수로 네 번, 코치로 한 번 월드컵에 나갔다. 대표선수 명단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큰지, 발표된 뒤 파장이 얼마나 클지 잘 알 것이다. 그는 명단에 들지 못할 선수들의 마음까지 헤아릴 만큼 신중하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유독 박주영(29·왓포드) 선수만은 홍 감독이 강조하는 절차나 원칙과 무관하다. 박 선수는 발 부위 피부질환의 일종인 '봉와직염'으로 국내에서 치료받았다. 심각한 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회복과 재활을 해야 한다며 잉글랜드로 돌아가지 않았다. 홍 감독은 "박주영 선수는 국내에서 대표팀의 체력 트레이너와 개별 훈련을 할 것"이라고 했다. 무조건 브라질에 데려가겠다는 선언이다.
어느 팀이나 선수 선발에 대한 권한은 감독에게 있고, 전술 구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심점이 있게 마련이다. 박주영 선수가 대표팀에 꼭 필요한 자원이라는 홍 감독의 판단에 문제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다만 홍감독은 왜 특정 선수만 '특별관리'를 하고 경쟁자들이 불공평하다고 느낌직한 특혜를 부여하는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49)은 "박주영 선수에게도 다른 선수와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박주영이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게 아닌가"라고 했다. 공감하기 어렵다. 지금 박 선수가 논란의 중심이 되고, 홍 감독은 논란을 부추기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부임할 때부터 공언해온 원칙과 소신을 스스로 깨버린 지금, 홍 감독은 지금도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팀보다 위대한, 혹은 '특별한' 선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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