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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진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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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사망한 미국의 첩보소설 작가 톰 클랜시의 작품 중에 국내에 '긴급명령'이란 제목으로 소개된 영화의 원제는 'Clear and present danger'였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혹은 '현저하고 즉각적인 위험'으로 옮길 수 있는 이 말은 1919년 미국의 올리버 웬델 홈스 대법관이 명명한 것으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도 있을 만큼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상황이란 뜻이다. 미국 기본권 신장의 황금기를 일군 한 주역이었던 홈스 판사가 이 말을 처음 썼을 때는 표현의 자유 제약에 엄격한 요건을 둬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의 안전을 해치는 중대위험을 또한 명시한 것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벌어진 일이 이 '명백한 위험'에 대한 생각을 새삼 떠올리게 했다. 바로 북한발 무인기의 잇따른 발견인데, 이로 인해 북한의 도발 위협이라는, 늘 현존해온 재래의 위험에 대한 불안이 다시 높아졌다. 그러나 여러 정보를 종합해 볼 때 아직 북한발인지에 대한 확신은 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설령 북한이 '남파'한 것이라고 해도 장난감 수준을 넘지 못한 이 무인기의 허접함도 그렇고 군사력 및 총체적 국방력에서 남한의 압도적 우위를 고려할 때 이런 정도의 도발을 과연 큰 위험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진짜 위험은 실은 다른 곳에 도사리고 있다. 많은 사회의 역사와 경험들이 보여주듯 진짜 위험은 밖이 아닌 안으로부터 오는 것이며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에 있다.


최근 정보기관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소동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명백한 위험의 실체를 보여준다. 국민들의 투철한 신고정신과 진작활동으로 간첩 신고가 크게 늘고 있지만 '가짜(인 것으로 추정되는)' 간첩을 만드느라 진짜 간첩을 놓치는 그 무능에 '현저한 위험'이 있다. 최고정보기관 수장이 온갖 추문과 과오에도 놀라운 생명력으로 불사(不死)의 신화를 쓰는 동안 정보기관에 대한 신뢰, 국가기관의 권위가 무너지고 있는 것에 '즉각적인 위험'이 있다. 법과 제도로 보호받는 권력의 어설픔과 후안무치에, 우리가 공인에게 기대하는 최저한의 수준에 대한 기대가 흔들리고 있는 것에 현존하는 위험이 있다. "굳게 믿고 위조하면 날조가 아니다"라는 궤변이 버젓이 통용되는 것에, 조잡한 논리로 국민들을 바보로 만드는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것에 북한 무인기보다 몇 배나 더 무서운 위험이 있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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