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이주열 신임 한국은행 총재의 데뷔 무대에서 이변은 없었다. 10일 금융통화위원회는 시장의 예상처럼 4월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11개월 연속 동결이다.
금통위를 앞둔 시장의 관심사는 애초부터 금리가 아니었다. 시장은 금통위 구성원이 바뀌는 시점인데다 경기 상황에 뚜렷한 변화가 없다는 점을 들어 동결 가능성에 몰표를 던졌다. 앞서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 123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9.2%는 기준금리가 종전 수준에 묶일 것으로 예상했다.
시선을 모은 건 이 총재의 입이다. 첫 금통위 직후 이 총재가 밝힐 경제인식이 향후 통화정책의 지표가 될 수 있어서다.
이날 시장과 금통위의 판단은 다르지 않았다. 금통위원들은 안팎의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당장은 금리를 움직일 시점이 아니라고 봤다. 요사이 국내외 변수가 양방향으로 뒤섞여 있는 탓이다.
최근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완만한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신흥국의 금융불안 가능성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안으로는 더딘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체감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게 고민거리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지표상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국민들이 경기 회복을 체감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나아가 1000조원 넘는 가계부채를 안고 경기 부양을 꾀하는 현 정부의 모순도 섣불리 금리의 방향을 바꿀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첫 금통위를 주재한 이 총재는 이날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금통위 회의실에 등장했다. 전임 총재 시절 늘 화제가 됐던 이른바 '넥타이 예보'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총재는 붉지도 푸르지도 않은 베이지색 바탕에 까만 무늬가 박힌 타이를 선택했다. 일부 예외가 있었지만, 김중수 전 총재 시절엔 '붉은 넥타이를 매면 금리 조정, 푸른 계열이면 동결'이라는 속설이 대개 틀리지 않았다.
이 총재는 첫 금통위를 앞둔 소감을 묻자 "오늘은 (14일로 임기를 마치는)임승태 위원의 마지막 금통위이니 임 위원을 많이 촬영해달라"며 말을 돌렸다. 한편 이날 오후에는 수정 경제전망이 발표된다. 새 국제기준에 따라 한은이 점치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소폭 상향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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