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지난 1일 오전 9시50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검은 양복을 입은 20여명의 사람들이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에 들어섰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본사 임원, 계열사 사장단들이었다. 이날은 46주년을 맞은 포스코의 창립기념일로 이례적으로 포스코 경영진들이 박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날 정작 이슈가 된 것은 권 회장의 말이었다. 권 회장은 산업은행의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 당진 패키지 인수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동부제철 인천공장 인수와 포스코의 재무구조 개선은 거리가 멀다. 그게 걱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재무구조 개선)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다른 방안이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며 "조건이 맞지 않으면 (인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상황에서 '재무구조 개선'과 '기업 인수 작업'의 적정선을 찾는 것이 그의 최대 고민거리임을 털어놓은 셈이다.
하지만 산은으로부터 공식 제안을 받은 지 며칠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포스코 수장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 것은 다소 가볍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은과 패키지 인수 협상과 관련해 비밀유지 약정서까지 체결해놓고 인수 여부에 대한 의견을 밝혔기 때문이다.
권 회장이 동부제철 인수와 관련해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6일 포스코 청암상 시상식이 끝난 후 기자와 만나서도 "아직 스터디가 끝나지 않았다. 지금 제가 회장이 처음이니 여유를 좀 달라"고 밝혔다. 권 회장의 발언에 포스코와 동부제철 주식들이 출렁거렸다. 재계 6위의 포스코 수장이라면 무릇 말의 엄중함을 가져야 한다. 더구나 기업 인수와 관련해서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까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창립기념일에 박 전 대통령의 묘역을 방문한 이날 권 회장은 좀더 신중한 발언을 했어야하지 않을까.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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