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그 많던 5만원권은 어디로 갔을까. 발행대비 유통량이 적어 행방이 묘연했던 5만원권이 가정집 장롱에 잠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한국은행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29일 한은이 내놓은 '최근 고액권 수요의 증가 배경' 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해 말 은행권의 발행잔액은 61조1000억원으로 1년 사이 9조원 늘었다. 이 가운데 7조9000억원은 5만원권으로 발행잔액 증가분의 약 88%가 5만원권이었다. 이에따라 은행권의 발행잔액 중 5만원권 비중 역시 66.6%까지 상승해 전년 말보다 3.7%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해 5만원권 환수율은 48.6%에 그쳐 1년 전(61.7%)보다 10%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환수율은 화폐의 발행량 대비 회수량을 뜻하는 말로, 환수율이 떨어졌다는 건 시중에 돈이 풀렸다 한은 금고에 돌아오지 않는 비율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5만원권 환수율은 발행 첫해인 2009년 7.3%에 머물렀지만, 2010년 41.4%, 2011년 59.7%, 2012년 61.7%로 상승세를 보여왔다. 5만원 환수율이 하락세로 돌아선 건 지난해부터다.
고액권 환수율이 급락하고 때마침 개인용 금고 판매가 늘자 일각에선 이 돈이 지하경제로 빨려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확한 흐름을 추적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보고서를 통해 한은은 5만원권 실종 사태의 원인으로 "불확실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심리와 저금리의 영향"을 꼽았다. 한은은 이런 경제상황이 "경제주체의 화폐 보유성향을 크게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다만 "고액권 중심의 화폐수요 증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에서도 나타난 공통된 현상"이라면서 "2008년 이후 미국, 유럽, 일본, 캐나다 등에서도 고액권의 비중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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