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과 올해 첫 '더 브릴리언트' 시리즈..이상 엔더스 협연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이스라엘 출신 지휘자 엘리아후 인발은 세계적인 '말러' 스페셜리스트이지만 베토벤, 브람스, 슈만, 브루크너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자랑하기도 하다. 특히 1974~1990년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의 수석 지휘자로 재임하던 동안 말러와 브루크너의 해석에 대해 수많은 음반 상들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칭송을 받았다. 또 차이코프스키, 스트라빈스키 등 러시아 음악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평을 받는데 러시아인이 아님에도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전집을 만든 몇 안 되는 지휘자 중 한 명이다.
오는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꾸미는 무대에서 그가 선보일 음악도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1번'이다. '1905년'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곡은 러시아 역사에 '피의 일요일'로 기록된 1905년 혁명을 생생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쇼스타코비치는 스탈린 정권의 압제에 희생된 무수한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자신의 교향곡들을 '묘비'라 칭했고, 그런 의미에서 교향곡 11번은 일종의 '레퀴엠'이라 할 수 있다.
쇼스타코비치 최초의 '표제 교향곡'인 이 작품은 각 악장마다 혁명 당시의 상황을 상정한 제목을 붙여 역사적 정경을 담고 있다. 신음하는 민중의 모습을 그린 1악장, 학살 장면에 대해 묘사한 2악장, 희생자들을 위한 진혼곡인 3악장, 1917년 혁명을 암시하는 4악장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2악장에는 쇼스타코비치가 1951년에 작곡한 혁명 시인의 시에 의한 합창곡집 '10개의 시곡' 중 '1월9일'의 선율들이 일부 사용돼 교향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은 서울시향이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선보이면서 말러와 함께 서울시향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레퍼토리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엘리아후 인발은 2005년과 2007년 베를린 심포니오케스트라와 몬테카를로 필하모닉을 각각 이끌고 내한해 말러 '교향곡 5번'을 연주하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협연 무대에는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가 서울시향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다.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그는 지난 2008년 스무 살의 나이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첼로 수석으로 입단했다. 독일에서 가장 오랜 역사(1548년 창단)를 자랑하는 오케스트라가 받아들인 최연소 수석 첼리스트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그는 4년간의 오케스트라 생활을 접고 현재 실내악 협연자, 솔로이스트로서 다양한 경력을 쌓고 있다. 2013년에는 데뷔음반 '미르테와 함께 장미꽃을'을 소니 레이블로 선보였다.
이상 엔더스가 이번 무대에서 선보일 곡은 블로흐의 '셀로모'다. 스위스 출신의 미국 작곡가인 블로흐는 유대인의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작품들을 주로 작곡했으며, '셀로모'는 오늘날 그의 대표작으로 여겨지고 있다. '셀로모'는 유태민족의 전설적인 왕인 솔로몬을 가리키는 히브리어로, 이 작품에서 첼로 선율은 솔로몬의 역할을 하고 관현악은 그를 둘러싼 세계를 나타낸다. 블로흐는 성서에서 전해지는 솔로몬의 대사에서 첼로의 주제를 착안했다. 인생의 허무와 공허를 담은 주제 때문에 어둡고 비관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지만 왕에 어울리는 기품과 위엄도 함께 느껴진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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