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사고 발생시 '거래소 손해배상적립금' 먼저 사용키로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한국거래소가 한맥투자증권 사태 이후 논란이 되고 있는 '결제적립금 제도'의 손질에 나선다.
금융 주문사고 발생 때 회원사가 분담하는 '손해배상공동기금'을 활용하기에 앞서 거래소가 쌓아놓은 '파생상품 중앙청산소 적립금'을 먼저 사용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한 것.
거래소 관계자는 19일 "한맥 사태 이후 공동기금을 활용하기에 앞서 중앙청산소 적립금을 먼저 사용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는 업계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며 "해외 관행 등을 살펴보고 금융위원회와 관련법 개정을 위한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공동기금과 적립금 보유 한도는 각각 4000억원이다.
이처럼 거래소가 법 개정에 나선 것은 회원사들이 증시 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맥 사태로 부담이 커지자 결제적립금 제도에 대한 불만이 고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2013회계년도(4~12월) 국내 증권사들의 당기순손실은 1098억원으로 2002회계연도 이후 최초로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거래량 감소로 인한 위탁수수료 수익 급감에다 한맥 사태 등 일회성 요인이 겹친 탓이다.
자본시장법 제399조는 '증권시장 또는 파생상품시장에서의 매매거래 위약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 회원사가 적립한 공동기금을 우선 사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한맥 사태 이후 공동기금에서 439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회수금액이 40억원 정도에 그치면서 회원사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모 대형증권사 고위관계자는 "한맥투자증권은 공동기금에 20억원만 납부했는데 수백억원을 투입해 준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쌓아놓은 돈을 우선 써야하는데 법 개정 사항이라고 일관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해왔다"고 지적했다.
중앙청산소 적립금 사용 가이드라인도 구체화된다. 증권 및 파생시장에 각각 2000억원씩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손해배상공동기금 활용 규정을 벤치마킹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한맥투자증권의 회생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주문 사고 당시 360억원의 수익을 거둔 미국계 헤지펀드와 이익금 반환 협상을 타결하지 못한 채 최근 금융위에 경영개선계획안을 제출했다. 앞서 한맥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 코스피200지수옵션에서 43종목, 3만6000건 거래에 대해 시장가보다 훨씬 낮은 또는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는 주문실수를 일으켰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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