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써니' 김선우(37ㆍLG 트윈스)에게 올 시즌은 프로야구 투수로서 마운드에 오르는 마지막 해가 될지도 모른다. 그는 지난 두 시즌 동안 부진했고, 그 결과 두산과 재계약하지 못했다. LG로 이적한 올해는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
김선우가 이적 후 출전한 첫 경기는 지난 12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시범경기다. 1.1이닝 동안 공을 24개 던졌다. 안타를 맞지 않았고, 삼진 한 개를 빼앗았다. 김기태(45) LG 감독은 "불펜으로 뛰다 선발로 바꾸기는 어렵다"며 김선우를 선발투수로 활용겠다고 했다.
그러나 김선우는 아직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다. LG에서 1~3선발은 코리 리오단(27)과 류제국(31), 우규민(29)으로 거의 고정됐다. 남은 4ㆍ5선발 자리를 놓고 김광삼(34)과 신정락(27), 신재웅(32), 임지섭(20) 등과 경쟁하고 있다. 이름값은 김선우만한 투수가 없지만 명성은 과거의 일일 뿐이다.
강한 팀은 4ㆍ5선발이 강하다. 4ㆍ5선발이 무너지면 구원투수진이 대거 투입되므로 불펜에 과부하가 걸린다. 다음 경기에서 1~3선발 투수들은 지친 구원투수진을 고려해 긴 이닝 동안 마운드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마운드에 오른다.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1~3선발도 무너지면 성적이 곤두박질친다. 전형적인 약팀의 모습이다.
겨울철 훈련의 성과나 현재 던지는 공의 위력을 기준으로 볼 때 김선우는 신정락과 함께 선발투수진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신정락은 지난해 5선발로 활약하며 9승(5패)을 기록했다. LG로서도 김선우가 선발진에 들어가면 큰 힘을 얻는다. LG는 시즌이 임박한 가운데 지난해까지 에이스로 활약한 라다메스 리즈(31)가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해 충격을 받았다.
김선우가 기량을 되찾으면 가장 확실하게 리즈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 그는 2009년 11승(10패)을 시작으로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기록했다. 특히 2011년에는 28경기에서 188이닝을 던지며 16승 7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했다. 코칭스태프 역시 김선우의 경험과 노련한 투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최소 5이닝 정도만 책임져 주면 김선우 몫은 끝난다.
문제는 공의 위력이다. 지난 두 시즌 내내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40㎞ 아래로 떨어지며 자주 난타당했다. 한 동안은 제구력을 활용해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든 다음 빗맞은 타구를 유도해 효과를 봤다. 그러나 타자들은 이내 김선우의 '맞혀 잡기식' 투구방식에 적응했다.
김선우는 겨울 훈련기간 동안 체력을 끌어올리고 근육을 강화했다. 공 끝에 힘을 싣기 위해서였다. 시범경기 첫 경기에서 직구 최고 구속이 143㎞까지 나왔다. 주무기인 '투심패스트볼(공에 난 봉합선 돌기 두 곳에 검지와 중지를 걸쳐 던지는 빠른 공)'도 140㎞대를 기록하며 위력을 되찾았다.
경기가 끝난 뒤 김선우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신인의 자세로 공을 던졌다. 무조건 열심히 던지겠다"고 했다. 시즌 개막(29일)까지 11일 남았다. 직구 구속은 140㎞대 중반까지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150㎞를 넘나드는 불같은 강속구는 사라졌지만 변화무쌍한 변화구가 살아있다. 직구가 빨라지면 변화구의 위력은 갑절이 된다.
김선우는 악몽에서 막 깨어난 모습이다. 그에게 지난 2년은 지우고 싶은 기억으로 가득 찼다. 특히 지난해에는 겨우 17경기에서 60.1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5승 6패 평균자책점 5.52. 김선우가 2008년 미국에서 돌아와 두산에 입단한 뒤 20경기 이상 뛰지 못한 해는 지난해 뿐이다. 은퇴할 생각까지 했다.
김선우는 고심 끝에 이적을 택했다. 그는 "새 팀에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결심했을 때는 나름대로 목표의식이 있다. 나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다"고 했다. LG가 연봉 1억5000만 원을 주고 그를 받아들인 이유도 김선우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리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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