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사상 최대 유출규모를 기록했던 카드사의 개인정보가 결국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금융당국 수장들의 책임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정보 유출을 막지 못한 관리감독 부실 뿐만 아니라 사건 발생 이후 줄곧 "2차 유출은 없다"며 호언장담했던 당국자들의 발언이 결과적으로 거짓이 됐기 때문이다. 당장 비상이 걸린 금융당국은 추가 정보 유출이 확인된 국민카드, 롯데카드, 농협카드 등 카드 3사에 대한 특별 검사에 착수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사고 관련 긴급 현안보고에서 "고객정보 최초 유포자와 불법 수집자 등을 검거한 결과 외부 유출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차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신한다"고 공언했다. "내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말도 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지난 1월 KB국민카드를 방문한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유출 정보가)시중에 유통되지 않았고, 신용카드 소비자는 100% 안심하고 사용하셔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금융당국 수장들의 '공언(公言)'이 결과적으로 '허언(虛言)'으로 드러나면서 당국은 난감한 처지가 됐다. 카드사 고객정보의 시중 유출 사실이 확인된 지 사흘이 흘렀지만, 당국은 입을 꾹 다문 채 어떠한 공식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불법 유통이 없다고 밝힌 것은 당시 검찰 수사 결과를 토대로 말했던 내용이다. 수사 기관이 아닌 금융당국으로서는 검찰 수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것 아니겠냐."며 말끝을 흐렸다. '2차 유출은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다른 관계자는 "이미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까지 내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검찰 수사를 더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17일 오전 당초 예정돼 있던 간부회의를 취소하고 금융위원장 주재로 이번 사태와 관련한 담당 국장들이 모여 긴급 회의를 가졌다.
야당과 소비자단체는 당국자들의 책임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김기준 의원은 "불과 한 달 전 국정조사에서 카드 3사의 신용정보 추가 유출은 없다던 금융당국의 주장은 거짓이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경제부총리, 금융당국 수장 등을 즉시 경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 단체들도 "더 이상 책임 가리기에 급급하지 말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개인정보 불법 유통에 대한 24시간 감시 체제를 가동해 카드사 고객정보 2차 유출에 따른 금융 사기 피해를 차단하는 조치에 나섰다. 만약 고객의 금전 피해가 발생할 경우 카드사가 전액 보상토록 할 방침이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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