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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사태 해결 열쇠 쥔 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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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이스탄불을 비롯한 터키의 주요 도시들에는 최근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을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들은 터키에 거주하는 크림반도의 소수민족 타타르인들이다. 시위대는 터키 정부가 '형제 국가'를 돕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터키와 타타르인들은 문화적ㆍ역사적으로 끈끈한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다. 크림반도는 18세기 러시아에 의해 점령되기 전까지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에 속해 있었다.

크림반도의 주류였던 타타르인들은 1944년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대거 고향을 떠났다. 2만명이 넘는 타타르인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송됐다. 많은 타타르인들이 강제 이송을 피해 터키를 비롯한 주변 국가로 이동했다.


현재 크림반도에 거주하는 타타르인들은 28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2%에 불과하다. 반면 60%는 러시아계 주민들이다. 무슬림인 타타르인들은 아직도 터키어를 사용한다.

터키는 1991년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에서 독립한 뒤 적극적으로 타타르인들의 재건을 도왔다. 터키 정부는 주택건설 등을 통해 자국 거주 타타르인들이 크림반도로 돌아가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터키는 이후 지금까지 크림 정부와 손잡고 타타르인들의 문화ㆍ교육ㆍ거주 환경 개선을 돕고 있다. 이런 터키가 자국계 주민들 보호를 외치며 크림을 점령한 러시아가 곱게 보일리 없다.


타타르인들에 대한 이해관계 뿐 아니다. 터키는 역사적으로 크림반도가 위치한 흑해에서 러시아의 패권이 확대되는 것을 견제해왔다. 오스만 제국 시절부터 20세기 초반까지 400여년간 터키는 러시아와 17차례에 걸쳐 대규모 전쟁을 치렀다. 러시아에 대한 반감은 1952년 터키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이 성사된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크림반도 합병으로 흑해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확대될 경우 터키는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국가중 하나다.


미국ㆍ유럽연합(EU)의 러시아 제재에 터키 정부가 동참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최근 푸틴에게 전화를 걸어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의 영토"라면서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은 국제법 위반이며 지역 안전을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아흐메트 다부토루 터키 외무장관은 최근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를 방문해 과도 정부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그는 타타르인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터키 국민들 사이에서도 우크라이나 사태에 터키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터키 외교관 출신으로 현재 싱크탱크인 USAK의 소장으로 있는 오즈뎀 산베르크는 "총리와 외무장관의 최근의 행보는 터키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터키는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 확산과 크림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터키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터키가 수입하는 천연가스의 60%와 원유의 10%가 러시아산이다.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터키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은 독일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에르도안 총리의 비리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는 것도 터키 정부에게 부담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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