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유출에도 발급신청 급증…카드사 서비스 혜택 늘린 것도 한몫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이장현 기자] 대규모 고객 정보유출 사태에도 불구하고 정보유출 해당 카드사가 발급하는 학생증 겸용 체크카드 발급이 오히려 급증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학생증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연이은 정보유출 사건으로 인해 개인정보에 대한 민감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에 더 큰 무게가 실리고 있다.
14일 서울대학교에 따르면 정보유출 사고 발생 이후 학생증 발급대상 학부생의 77%가 체크겸용 학생증을 택했다. 지난 1월20일부터 이달 11일까지 학생증을 발급받은 학부생 2645명 중 2605명이 체크기능이 포함된 학생증을 발급받은 것이다. 이는 전년 대비 43%포인트 급증한 수치다. 대학원생의 경우 2333명 중 1820명(55%)이 체크겸용 학생증을 발급받아 이 또한 지난해보다 33%포인트 증가했다.
학생들은 각종 편의 서비스와 혜택을 체크카드 선택 이유로 들었다. 체크카드에 포함된 충전기능이 있어야 교내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단순 학생증만으로는 교내활동이 불편하다는 설명이다.
이 학교 재료공학과 대학원생인 박태형씨는 "정보유출 소식을 들었지만 교내 농협은행에 가서 체크카드 겸용 학생증을 재발급 받았다"며 "충전기능을 이용해 식당에서 결제를 하거나 프린트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교 차원에서 체크카드의 교내 사용처를 크게 늘린 것도 한몫 했다. 학생처 관계자는 "지난해 체크카드 겸용 학생증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영향이 큰 것 같다"면서 "모바일 서비스와 금융결제 기능이 확대돼 정보유출 사태에도 발급비율이 늘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측은 지난 1월 정보유출 사태가 발생한 이후 학생증 재발급과 함께 농협 체크기능 포함 여부를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학생들이 농협에 금융 계좌를 갖고 있어야 체크카드 기능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당시 피해 학생들의 불만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농협은행 관계자는 "정보유출 사태 이후 2차 피해나 추가 정보유출에 대한 학생들의 우려가 있어 관련 지점에서 홍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어학시험ㆍ교통요금 할인 기능이 올해 시행된 것도 발급 수 증가에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드기능을 확대한 것과는 상관없이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가 줄을 잇다보니 개인정보를 '개인공개정보'로 치부해 버리고 마는 무감각적 포기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주요 카드사에 따르면 KT 고객정보 1200만건이 유출된 후 카드 재발급이나 해지 요청이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KT 정보유출 보도 이후 콜센터에 재발급 문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실제 카드 재발급이나 해지 요청이 평소보다 크게 증가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1억여건의 정보유출로 사실상 경제활동 인구 대부분의 개인정보가 털린 셈"이라며 "2차 피해만 방지된다면 고객들이 카드재발급 같은 수고를 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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