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책에도 전셋값 상승은 요지부동
81주 연속 상승…물량 부족 사태 해결되야
정부 과도한 개입방식 지양해야…약효없는 처방 난립에 시장 체감 더욱 둔화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정부가 치솟는 전셋값을 잡기 위해 대책을 잇따라 내놨음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수요는 넘치는데도 물량 부족사태는 여전해서다. 전셋값은 81주 연속 고공행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 대신 월세 전환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해도 인위적으로 월세전환을 가속화해서는 역효과를 볼 것이라며 근본적 해결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는다. 월세대책은 주거빈곤층의 주거비용을 늘어나게 할 뿐 전세시장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는 얘기다. 공공 주택을 늘려 수급불균형을 해소하도록 노력하되 민간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10일 기준 0.19% 오르며 81주 연속 상승했다. 상승률은 전주보다 0.01%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8월28일 전월세대책에 이어 지난 2월26일 임대차 선진화방안 등으로 시장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잇따라 처방을 내놨으나 약효가 없었던 셈이다.
더욱이 정부가 점점 시장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전셋값 상승세가 커지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작년 8월28일 전국의 전셋값 상승률은 0.19%였으나 9월 말 0.22%, 10월28일 0.19%, 12월23일 0.24% 로 상승추세는 꺾이지 않고 계속됐다. 올 들어서도 매주 0.20%대의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0.25%로 상승률이 최고치로 올라섰다.
이런 가운데 서울과 경기지역의 전셋값은 역전현상이 이뤄졌다. '폭탄 전세금'을 피해 수도권으로 전세난민들이 몰리며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해 10월14일 서울의 전세 상승률은 0.41%까지 올랐고 이후 하락세가 나타나며 지난 3일 0.21%까지 떨어졌다. 이와 달리 0.20%를 유지하던 경기지역 전셋값은 지난달 24일 0.45%까지 높아졌다.
이로 인해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도 상한선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치솟고 있다. 특히 강남지역의 상승세가 컸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전세가율 70% 이상 아파트는 9일 현재 5만8473가구로 집계됐다. 1년 전(1만79가구) 대비 4.8배 증가한 수치다.
이에 업계와 전문가들은 범정부 차원의 임대차시장 개입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개입 방식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용산의 H공인 대표는 "정부의 정책을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장에서는 전세금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며 "매물이 거의 없고 나오는 대로 금방 소화되기 때문에 공급을 늘리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정부 정책으로 전셋값을 잡기는 어렵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변창흠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더라도 전세시장은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문제여서 원인이 해소되지 않는 한 시장불안을 막을 도리가 없다"며 "또 다른 보완대책이 나오더라도 시장상황이 그대로라면 전셋값은 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대책이 단기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기에는 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크다"며 "월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세 공급물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공공 주택을 늘리면서 주거빈곤층을 위한 간접 지원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봄 이사철을 맞아 전셋값이 급등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김지연 리얼투데이 연구원은 "본격적인 이사철을 맞아 전세 수요자들이 학습효과를 통해 미리 전세를 구하고 있어 급등추세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나온 대책들이 전세시장을 안정화시키기에 미흡했고 임차인들의 월세 선호로 시장에 전세매물이 귀한 상황이라 전셋값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