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만에 최고치 예상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가 일본의 궁핍지수(misery index)를 33년만에 최고치로 밀어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 전문가들을 상대로한 설문을 근거로 일본의 궁핍지수가 오는 4월 1일 소비세 인상이후 7%로 치솟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궁핍지수는 실업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해 계산된다.
이는 1981년 6월 일본 경제가 오일쇼크에 따른 디플레이션에서 막 벗어나던 시점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일본의 궁핍 지수는 지난해 11월 5.4%로 5년 사이 최고를 기록한 후 1월에 5.1%로 다소 낮아졌다. 미국은 실업률이 높아 현재 궁핍지수가 8.9%나 된다.
아베노믹스는 물가상승률 2%를 목표로 한다. 덩달아 엔화 약세 유도를 통한 수출 확대를 모색했다. 이를 통해 임금을 끌어올려 소득을 늘린다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런 계획이 제대로 작동하기도 전에 부작용이 먼저 확산되고 있다.
엔화약세는 수입물가가 상승으로 이어져 임금의 가치만 역사적인 저점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2012년 당시 환울 기준으로 일본 근로자의 평균 수입은 3만4138달러로 OECD 회원국 29개 국가 중 11위에 그쳤다.
물가 상승에 대한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2월 1.6%로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월에는 1.4%로 주춤했지만 물가가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시각은 지배적이다.
이시가네 기요시 미쓰비시 UFJ 자산운용의 수석애널리스트는 물가상승을 섣불리 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인플레이션에 긍정적인 이들은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그 어려움을 알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는 각료출신인 아버지 덕에 고생을 모르고 자란 아베총리를 비꼬는 발언이다.
SMBC 니코 증권의 수에자와 히데노리 애널리스트 역시 "물가가 상승할수록 연금 생활자들의 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노령자들의 삶이 어려워진다는 주장이다.
임금상승도 정부의 의도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요타 파나소닉, NTT 히타치, 후지쓰 등이 연이어 임금 인상을 발표하고 나섰지만 이미 근로자들의 고통은 가중된 상황이고 상승률도 기대이하일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 조사 결과 올해 일본 임금 상승률은 1%에도 못미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때문에 야당은 아베노믹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일본 민주당 대표는 지난 7일 "엔화 약세로 인한 질나쁜 물가 상승이 중소기업과 가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아베노믹스의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렇지만 아베 정권의 인플레 확대 정책은 계속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블룸버그가 설문한 전문가들 중 70%는 이번달 기존 정책을 유지한 일본은행(BOJ)가 9월 이전에는 추가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4~6월 사이 경제성장률은 소비세율 인상의 여파로 연율기준 3.9%나 되는 추락이 예상된다. OECD역시 11일 발표한 단기전망에서 소비세 인상이후 일본 GDP성장률이 급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에노 야수나리 미즈호 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세 인상이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예상하며 이로 인해 아베 총리가 당초 2015년까지 소비세를 10%를 인상하려던 계획이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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