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늘 '동북아 오일허브 추진대책'을 발표했다. 2008년 수립된 제1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반영된 이래 장기 국책사업으로 진행돼 온 동북아 오일허브 프로젝트를 좀더 구체화한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에도 이 사업과 관련해 몇 차례 이런저런 사업계획이나 정책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대책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오일허브 구축에 관한 종합적 '실행계획(액션플랜)'으로 마련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목표는 장밋빛인 데 비해 세부 추진계획이 그것을 온전히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정도라고는 보기 어렵다.
궁극적인 목표는 울산과 여수에 저장시설 등 석유 물류시설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관련 금융 인프라를 깔아 우리나라를 미국 걸프만, 북유럽, 싱가포르와 함께 세계 4대 오일허브의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우리나라가 '동북아의 에너지+금융 중심국가'로 발돋움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지난해 건설을 마치고 상업운전에 들어간 여수의 820만배럴 규모 탱크터미널에 이어 올해부터 2020년까지 울산에 3660만배럴 규모 탱크터미널을 건설한다. 여기에 총 2조원의 민간자본을 끌어 들일 예정이다. 정부의 비축시설을 민간에 대여해 2000만배럴 규모 저장시설을 추가로 공급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이런 저장시설의 경우는 국내외 정유회사들의 수요가 있어 민자유치와 공사 등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저장시설과 함께 오일허브 실현의 양대 요건인 금융 인프라 쪽은 아직 묘연하다. 석유거래 및 관련 금융거래에 대한 규제완화를 통해 울산을 석유 직접ㆍ중계ㆍ파생거래의 메카로 만든다는 것인데, 모두 미래의 일이다. 울산에 석유 트레이더들을 유치하고 선박금융ㆍ석유담보대출 등 연관 금융산업도 육성한다지만 이 역시 당장 가능한 일은 아니다. 울산에서 형성되는 석유가격이 동북아 석유시세의 기준이 되게 한다는 얘기도 마찬가지다.
신기루가 돼버린 과거 정권의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꿈꾸는 것은 좋지만 뜬구름 잡기 식이어선 곤란하다. 물류와 금융의 복합이라는 측면을 부풀려 '창조경제'의 상징적 사례로 포장하는 데 골몰해서는 안 된다. 정권을 넘어선 긴 안목으로 가능한 경제ㆍ산업적 효과부터 차근차근 구현해가는 실용적 태도가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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