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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시간제일자리 실험실?…현직교사가 시간제교사 행정업무도 껴안을 판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41초

일주일에 2~3일 출근, 업무 분담 사실상 힘들어…휴직 인력 등 효과적 운용에는 긍정적 의견도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1. "교사들의 행정업무 가운데 단발성으로 끝나는 일은 거의 없다. 감사원·교육청에서 급히 보고를 요청하는 공문이 수시로 내려오고 국회의원 자료 제출도 빈번하다. 해당 업무의 총체적인 '관리자'가 되는 것인데 일주일에 2~3일 출근하는 시간선택제 교사들과 이를 어떻게 분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인천의 중학교 국어교사 이모씨)
#2. "초기에는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제대로 정착이 되면 육아나 학업 등으로 기존에 휴직을 할 수밖에 없던 인력을 효과적으로 운용해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서울 강남의 고등학교 교사 김모씨)


교육부가 시간선택제 교사를 신규로 채용하기에 앞서 오는 9월부터 현직 교사를 시간제로 전환할 수 있는 관련 법령을 지난 7일 입법예고하자 업무의 연속성이 끊어지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학교 현장의 사정에 맞게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가 청년실업 해소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추진 중인 '시간선택제 교사'는 주 2일 또는 3일 등 다양한 형태로 근무시간을 배정해 일자리를 나누자는 취지다. 이에 교육계의 반발이 거세자 교육부는 우선 현직 교사를 대상으로 육아·가족간병·학업 등의 이유로 시간제 전환을 희망하는 경우 오는 9월1일부터 가능하도록 했다.


교육부 교원정책과 관계자는 "시간선택제 교사도 기존 교원과 동일하게 학생상담·생활지도를 수행하고, 행정업무 또한 단발성으로 이뤄지는 부분은 담당할 수 있으므로 기존 업무를 분담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 현장과 교육단체 사이에서는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다. 일선 교사들은 시간선택제 교사가 업무를 분담하기에는 대체로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 강북의 고등학교에서 방과후학교를 담당하는 한 영어교사는 "각종 가정통신문 배부에다 신입생·학부모 대상 오리엔테이션, 각종 수요조사·통계, 시간표 조정, 저소득층 학생 지원비 처리 등 행정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종소리를 듣고서야 허겁지겁 수업에 들어간다"며 "학교와 1년 단위로 계약하는 기간제교사의 경우 출퇴근을 비롯한 모든 일정이 정교사와 똑같아 이러한 행정업무 수행이 가능하지만, 일주일에 2~3일 출근하는 교사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가뜩이나 과도한 행정업무 때문에 업무 분장을 할 때마다 교사들 사이에 갈등이 많은데 시간선택제 교사들의 몫까지 기존 교사들에게 더해지면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간제 전환'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학교에 이미 기간제교사, 시간강사 등 다양한 신분의 인력이 모여 업무 경계가 모호하고 서로 간에 위화감이 조성되는 등 갈등을 낳고 있는데 정부가 '시간제교사'라는 또 하나의 직업군을 추가한 것은 학교를 '고용형태의 실험실'로 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하고 있다. 본질적으로 시간제 일자리는 수업 외에도 행정업무, 생활지도, 상담 등을 아우르는 교직 업무의 특성을 간과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인천 모 중학교 국어교사는 "2학기에 기존 교원을 대상으로 시간선택제를 우선 시행할 경우 그들 대부분이 학급담임을 맡고 있던 교사들인데 담임은 또 누가 맡게 되는 거냐"고 반문했다.


반면 서울 강남의 고등학교 교사 김모(35)씨는 "다음 달이 출산예정일인데 육아휴직 대신 시간선택제를 고려해보려고 한다"며 "학급 담임을 맡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행정업무 가운데 '수상계(학생들에게 상장을 수여하는 업무)'처럼 일정에 큰 변화가 없는 일은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교사들이 휴직 대신 활용할 수 있어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교육단체는 한목소리로 반발하고 있다. 교총은 7일 곧바로 성명서를 내고 "본인 업무만 하고 퇴근하는 시간제교사의 도입은 기존 교원의 열정과 헌신을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전교조도 같은 날 논평에서 "학교 업무의 연속성을 고려할 때 일을 분장하기 어려워 시간제교사는 정규교원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다"며 "'신규' 시간제교사 채용을 늦추고 현직 교사의 시간선택제 전환을 우선 추진하는 것은 학교 현장의 저항을 무마하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수도권사범대학생네트워크는 11일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시간선택제 교사 제도는 학생들의 연속적인 교육활동을 담보하지 못한다"며 제도 철회를 요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섰다. 한편 지난해 11월 교총이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교원 415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2.7%가 시간선택제 교사 제도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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