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전세와 월세 수익에 대한 과세, 세입자에 대한 세금공제 확대 조치가 직접적 이유다. 얼마나 부담이 커질지, 얼마나 공제혜택을 입을지 손익 계산이 한창이다. 정부의 '2ㆍ26대책'과 '3ㆍ5보완대책'이 불러온 현상이다.
정부 대책은 그동안 세금부담 없이 임대소득을 올리던 집주인들에게 '국민으로서 4대 의무'를 일깨워준 측면이 있다. 즉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기본을 확립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월세건, 전세건 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되 1주택자 중 9억원 이하 주택 등만 예외로 두도록 했다.
이로 인해 월세소득 연간 2000만원 초과 2주택자 등은 올해부터 세금을 내게 됐다. 과세당국은 세금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고 설명하지만 세금을 내는 이들은 내지 않았던 것을 부담해야 하고 세원이 고스란히 노출될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편법적으로 세액공제를 받지 않는 대학생 등을 세입자로 두려하거나 한달치 월세를 현금으로 줄테니 확정일자 신고를 하지 않도록 하자는 방법을 꺼내려 하고 있다.
세입자들마저 마냥 좋은 기색이 아니다. 고시원 같은 준주택에 살거나 외국인ㆍ학생처럼 세액공제 받을 여건이 되지 않는 이라면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세액공제를 신청할 수 있는 월급쟁이는 집주인들의 기피대상 1호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그나마 괜찮은 월셋집을 얻으려면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할 판이다. 월급쟁이를 세입자로 받더라도 세금 만큼 월세를 올리겠다는 집주인마저 생겨나고 있다. 혜택을 보는 세입자들이 많겠지만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것이다.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가 맞긴 한거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집주인과 세입자들이 향후 대응책 마련에 바쁜 가운데서도 한쪽에서는 정책 발표의 시기가 문제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그 후속의 굵직한 대책들이 터져나오는 가운데 현실을 감안하지 못한 채 설익은 내용이 나온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 정부 경제팀은 일주일 만에 설계가 잘못됐다고 인정하며 이런 비판을 자초했다. 당초 발표와 달리 은퇴자 등 소액 월세소득을 올리는 집주인을 충분히 배려하지 못했다며 2년간 과세 유예를 해주겠다고 한 것이다. 2년간의 유예가 큰 '배려'인 것처럼 발표했지만 136만5000명의 다주택자 중 얼마나 배려심을 체감할지는 의문이다. 2년치 세금을 내지 않아서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을까? 지금 정부가 내놓은 대책으로 보면 연간 월세소득 2000만원을 올리는 2주택 소유주는 2년치 세금 82만원을 내지 않게 된다.
더욱이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시장 정상화 의지가 이번 발표를 계기로 퇴색되는 분위기라는 점도 문제다. 정부는 지난 1년간 전후방 산업 연관효과가 큰 부동산시장을 침체국면에서 정상국면으로 전환시켜 내수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경제(부동산)는 심리'라며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한 공유형 모기지 상품 지원이나 5년간 양도소득세 면제 등의 혜택을 주며 전세 대신 주택구매를 권유해 왔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부터 매매거래가 늘어나며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그런데 전월세난을 잡겠다며 발표한 대책이 부동산 심리를 위축시키며 엉뚱하게 반응하고 있다. "집을 팔아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주위에서 늘어나기 시작한다. 자가 촉진을 통해 전세난을 잡겠다는 의지가 무력화되는 순간이다.
이번 정부의 대책과 보완대책이 집주인은 집주인대로, 세입자는 세입자대로 주택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근본적으로 되짚어 보는 계기로 작용할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내용과 시기에서 근본적인 물음표를 가진 이들이 많다. '바둑 읽는 CEO'라는 책을 펴낸 정수현 명지대 교수는 바둑에서 호수, 악수, 묘수, 과수, 속수가 있다고 했다. 이번 대책에 대한 평가는 이 다섯 가지 중 하나의 수일까, 여러 개일까 궁금해진다.
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 sm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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