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지난달 21일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의 1조원 이상 순매수 기조가 이어지면서 외국인 수급에 따른 증시 상승효과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지수는 1980선을 넘어서지 못하며 1950~1980사이 박스권에 갇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매수세로 돌아서고 있지만 이것이 지수 상승으로 이어지기에는 많이 부족하며 본격적인 지수 상승을 위해서는 외국인 자금 중에서도 유럽계 자금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지난달 21일 이후 이달 10일까지 약 3주동안 외국인은 1조333억원을 순매수했다. 주간 단위로 3000억원이상 순매수한 것으로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3조원대인 현 상황에서 적지 않은 규모다. 그럼에도 코스피는 지난달 28일 1979.99를 정점으로 1980선을 넘어서지 못하고 박스권에 갇혀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수급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지수가 좀처럼 상승하지 못하는 이유는 작년 11월 이후 한국 증시에서 순매도 행진을 이어온 유럽계 자금이 적극적인 매수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영준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2007년 이후 외국인 매수세와 코스피 지수 상승간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코스피는 외국인 순매수 1000억원당 0.2% 정도 상승해왔고 여기에 근거하면 3주간 외국인이 1조원 이상 순매수세를 보여 왔으므로 코스피가 적어도 2% 가까이 상승해 1980선은 충분히 넘었어야한다"며 "물론 그동안 외부적인 악재들이 작용한 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외국인 순매수 시기임에도 지수가 많이 오르지 못한 것은 단기적인 유출입이 많고 증시 상승 견인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유럽계 자금이 본격적인 매수세를 보이지 못했기 때문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유럽계 자금이 국내증시에서 적극적인 순매수로 전환하지 못하는 것은 대외적인 요인과 함께 자체적인 고민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유럽계 자금은 올해 5월 예정된 유럽은행감독청(EBA)의 스트레스테스트(Stress test)를 앞두고 금융기관들이 함부로 자금을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 한국 증시에 적극적인 순매수를 보이기 어렵다"면서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등 대외적인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적극적인 투자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 설명했다.
현재 외국인 매수세가 곧바로 증시 상승을 이끌기는 어렵지만 외국인 매수세가 점차 증가하면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재만 연구원은 "현재 외국인 매수세 증가 자체가 곧바로 증시 상승과 연결되기는 어렵겠지만 향후 외국인의 종목별 대응에 따라 유럽계 자금도 본격적으로 유입된다면 증시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최근 3년간 중국에서 수입규모가 21.1%, 미국에서 5.5% 증가한 서비스업과 중국 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이 이어지면서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한 매수세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도 "지난주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정정불안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의 조정압력은 크지 않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극단적 매도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에서 점차적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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