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원 협력자 김씨 "국정원도 위조 알아" vs 국정원 "진본이라 믿었다"
- 또 다른 문서 위조 과정에 국정원 관여했을 가능성 있어
- 검찰, 국정원 대공수사팀 직원 출국금지 조치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위조 의혹이 불거진 지 24일째를 맞은 가운데 검찰의 수사가 국정원을 향하고 있다. 검찰은 조사단계에 머물러 있던 의혹 규명 절차를 수사로 공식 전환하고, 국정원 직원들을 출국금지 시키는 등 진상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의 사전 인지 여부와 윗선의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캐내는데 집중할 전망이다.
국정원은 문서 위조 가능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관련자의 진술과 국정원의 해명이 서로 엇갈리면서 검찰의 강제수사와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9일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번 사건이 형사사법제도의 신뢰와 관련된 문제라는 엄중한 인식을 갖고 국민적 의혹이 한 점 남지 않도록 신속하게 법과 원칙대로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지난 5일 자살을 시도한 국정원 협력자 김(61)모씨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문서가 위조됐고 국가정보원도 이를 알고 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중국 국적을 가진 탈북자 출신으로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국정원 협력자로 활동해 왔다.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3건의 문서 중 싼허변방검사참(출입국사무소)의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서를 입수하는데 관여했다.
김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문서가 위조됐다는 쪽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확인해 준 '가짜 문서'라는 결과와도 일치한다. 또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DFC)에서도 변호인과 검찰이 동일한 기관인 싼허변방검사참으로부터 발급받은 문서의 관인이 서로 다르다는 감정 결과가 나온 상태다.
현 상태에서는 국정원만 '위조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고, 문서 입수 통로인 김씨와 중국 정부의 확인, 검찰 측 감정결과는 모두 문서가 '위조된 것'이라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
김씨가 자살을 시도하며 남긴 유서 역시 이런 의문을 더하게 한다. 김씨가 아들 앞으로 남긴 유서에는 "대한민국 국정원에서 받아야 할 금액이 있다. 2개월 봉급 300X2=600만원, 가짜서류 제작비 1000만원"과 "깨끗하게 번 돈이 아니야"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가짜서류 제작비와 깨끗하게 번 돈이 아니라는 부분에서 김씨가 직접 위조를 했든, 위조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 부탁했든 '조작된 것'이라는 것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은 김씨로부터 건네받은 문서가 진본이라 믿고 검찰에 전달했고, 위조 여부에 대해서는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면 국정원은 어느 정도 책임을 덜 수 있지만, 만약 이를 사전에 알고 있었거나 지시했을 경우엔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
국정원은 "김씨에게 지난해 12월 싼허변방검사참에 사실관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면서 "이후 김씨가 '중국 측으로부터 발급받았다'며 답변서를 건네와 진본이라 믿고 제출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위조 논란이 불거진 뒤 김씨에게 다시 확인했고 '위조가 아님을 검찰에서 밝히겠다'고 해 (검찰 조사에) 동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김씨가 언급한 가짜서류 제작비 1000만원에 대해 "이번 답변서가 아닌 다른 문건과 관계된 것"이라고 해명해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국정원이 유우성(34)씨와 관련된 문서 입수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김씨에게 돈을 지급해 온데다, 정황상 또 다른 사건에도 이런 식으로 발급받은 가짜 문서가 활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씨를 통한 문서 입수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된 국정원 대공수사팀 소속 직원 4~5명에 대한 출국금지를 내리고 조만간 소환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중국 정부가 위조라고 확인해 준 나머지 2건의 문서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여나갈 방침이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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