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시달리는 경제적 약자, 혼자 사는 노인 등 사회 취약계층의 자살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그제 경기 동두천에서 30대 주부가 네 살배기 아들을 안고 15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경찰은 생활고에 우울증이 심해져 자살한 것으로 추정했다. 전날엔 서울 마포의 한 지하 셋방에서 막노동을 하던 60대 노인이 100만원의 화장 비용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서울 송파구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60대 어머니와 30대 두 딸 등 세 모녀가 번개탄을 피워 목숨을 끊은 게 불과 며칠 전이다.
복지 예산 100조원 시대의 불편한 진실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양극화가 깊어지면서 많은 가정이 실직, 빈곤 등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급속한 노령화로 독거 노인이 늘어나는 등 사회의 그늘이 짙어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보살핌은 제한적이다. 양적 확대와 함께 질적으로도 복지 선진 국가 수준의 사회안전망을 단시일 내에 갖추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고독사 노인과 송파구 세 모녀의 경우처럼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한 채 극단적 선택을 한 비극적 현실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사회안전망이 보다 촘촘했더라면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때 도움을 주지 못하는 복지는 제대로 된 복지가 아니다. 더욱이 있는 제도마저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정부의 복지 제도는 '당사자 신청주의'다. 본인이 신청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찾아오는 사람만 도와주는 셈이다. 수동적, 소극적 복지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찾아가는 복지, 적극적 복지가 필요하다.
보건복지부가 어제 3월 한 달간 복지 사각지대 일제 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자체 복지공무원, 통리반장 등이 복지 사각지대를 중점적으로 찾아 나선다는 것이다. 복지 지원 제도 홍보도 강화하기로 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일이 터진 뒤에야 부산을 떠는 뒷북 대응같아 씁쓸하다. 이벤트를 벌이는 듯 한 달 동안 조사한다는 것도 그렇다. 사각지대를 찾아내는 일은 한 번 반짝하고 그만 둘 일이 아니다. 재정과 인력을 늘려서라도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게 옳다. 사회의 폭넓은 동참과 이웃의 따뜻한 관심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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