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중이던 오리 4500마리 살처분…정부 방역체계 논란 불가피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조류인플루엔자(AI) 농가 감염이 최근 소강상태를 보인 가운데 정부 기관인 축산과학원의 오리가 AI에 감염돼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일 충남 천안시 성환읍 소재 축산과학원에서 사육중이던 오리가 일부 폐사됐고,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정밀검사를 진행한 결과 고병원성 AI로 확진됐다고 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축산과학원에서 사육 중이던 오리 4500마리를 매몰했고, 과학원내 오염지역인 함께 사육중인 1만1000마리의 닭도 살처분 중이다. 축산과학원은 지난달 24일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평택의 종오리 농가의 3km 이내 위험지역에 있다.
농식품부는 축산과학원의 역학조사 결과, 축산과학원내 4개 저수지에 철새가 찾았고 분변 처리를 위해 보유한 차량은 축사를 출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축사의 바닥관리를 위해 깔짚을 넣은 적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정확한 발병원인은 추가 조사를 통해 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축산과학원에서 유전자원 보전 등을 위해 키우던 닭과 오리는 수원과 남원, 함평, 장성, 용인 등에 분산 배치돼 유전자원 보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이번 축산과학원의 AI 발생으로 인해 유전자원과 관련한 연구는 상당 시간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AI 방역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엄격하고 철저한 방역을 진행한 축산과학원이 AI 바이러스에 뚫렸다면 기존 방역 시스템이 충분한 해결책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AI 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보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AI가 발생하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축산과학원에서 AI가 발생한 것은 심각하게 생각하고, 정확한 분석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차관보는 또 "원인을 규명해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까지 총 32건의 AI 의심신고가 들어왔고, 이중 26건이 고병원성(H5N8형) AI 양성 판정을 받았다. 6건으로 음성으로 확인됐다. 3일 기준 살처분 농가는 314만곳이고, 살처분 가금류 숫자는 총 698만5000마리에 이른다. 농식품부는 3개 농가, 16만5000마리를 추가로 매몰 처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야생철새는 348건의 검사 의뢰가 접수됐고, 이중 31건이 양성, 298건은 음성으로 밝혀졌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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