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경제팀의 리더십과 팀워크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5일 박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입안 과정에서 드러난 불협화음과 혼선 때문이다. 대통령 담화문에 담긴 계획에는 일주일 전 기획재정부가 언론에 사전 설명한 '원안'의 내용 중에서 절반이 사라져 있었다. 실행계획은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설명하리라던 당초 예고도 무산됐다. 각 경제부처는 제외된 정책의 추진 여부를 놓고 혼란에 빠졌고, 일부 시민단체는 국가정책의 졸속 입안과 수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기재부는 사전 언론브리핑에서 3대 전략, 15대 핵심과제, 100대 실행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 발표에서 15대 핵심과제는 10개(9+1) 과제로 축소됐고 100대 실행과제는 44개가 삭제 또는 수정됐다. 공기관 임원인사 혁신, 코스닥 분리, 정규직 보호, 여성 재취업 세제지원 등 시장에 곧바로 영향을 주는 이슈들도 제외됐다. 3개년 계획 정식 자료집은 배포되지도 않았다.
예고없는 돌연한 계획 수정은 언론의 '오보' 소동을 불렀고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랜드코리아레저(카지노)의 경우 민영화 여부를 놓고 주가가 널뛰었다. 계획에서 탈락한 정책을 놓고도 한다, 안 한다 엇갈린다. 제시된 정책의 해석도 분분하다.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합리화'를 놓고서 정부 안에서 "검토하겠다" "유지하겠다"고 엇갈린 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할 만큼 심혈을 기울인 경제계획에서 이런 뒤탈이 났으니 문제가 심각하다. 사실상 완성된 국가정책이 일주일 만에 대거 수정되고 반토막났다는 것은 경제팀이 무능하거나, 경제팀과 청와대 간 소통에 문제가 있거나 둘 중의 하나다. 어떤 쪽이든 예사롭지 않다. 정책 공조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겠는가. 청와대의 일방통행, 경제부총리의 리더십 부재, 실종된 협업시스템이 드러난다.
정부 정책은 토론과 의견수렴 과정에서 얼마든지 다듬고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결론은 엄정하게 완성된 모습으로 나와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는 3개년 계획 수립 과정의 여러 문제를 반드시 짚어봐야 한다. 정책 우선순위와 시행 여부도 빠르게 정리해 국민에게 밝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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