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잠실야구장은 서울시가 지은 공공시설이다.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홈구장으로 사용한다. 두 구단이 서울시에 내는 위탁사용료는 연간 12억8000만원이다. 접근성과 편의성, 한국야구의 중심지라는 상징성 등을 감안할 때 많다고 보기 어렵다.
전광판과 펜스 등을 이용한 광고수익도 서울시의 몫이다. 현행 서울시의 '체육시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도 광고수익은 서울시로 귀속된다고 규정돼 있다. 애초부터 구단에는 잠실구장 광고수익의 배분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 서울시는 연간 100억원가량의 광고수익을 시설 개ㆍ보수와 잔디 관리, 기타 용도 등에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두 구단이 서울시의 광고수익 독점에 대해 불평하고 있다. '프로야구 발전'과 '폭넓은 마케팅 수단 확보'를 위해 광고수익 일부를 구단에 나눠 달라는 것이다. 오래된 주장이다.
하지만 LG와 두산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매년 200~300억원의 입장료 수입을 올리고 있다. KIA, 한화 등 지방도시에 연고를 둔 구단의 입장료 수입은 70~80억원으로 LG나 두산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서울시에는 이 액수 가운데 10%만 지불한다. 여기에 두 구단은 유니폼과 장비를 활용한 광고, 방송사 중계권 등을 통해서도 수익을 낸다.
전광판과 관중석 수리, 펜스 정비 등 정기적인 개ㆍ보수에 구단의 부담이 큰 것도 아니다. 대부분은 서울시의 예산에서 조달된다. 서울시는 최근 5년간 총 200억원, 올 시즌에도 60억원을 투입해 시설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 중 구단이 나눠 부담하는 금액은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울시가 광고수익을 독식한다며 분할을 요구하면 욕심이 지나치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 물론 구단의 자금사정이 넉넉해야 팬들을 위한 콘텐츠 개발과 보급에 유리하다.
하지만 LG와 두산은 지난 30년 동안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이제는 뻔히 정해진 광고수익을 나눠 가지려 하기보다 새로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창출함으로써 새 수입 영역을 만들어내야 하지 않을까?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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