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SK가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미국산 원유 도입을 추진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올해 미국에서 콘덴세이트(초경질 원유)를 들여온다는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왔다. 하지만 현재 미국이 원유 수출을 금지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해 정부 차원에서 나서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미국은 하루에 950만배럴 이상의 원유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 중 하나지만 1970년대 오일쇼크를 겪은 이후에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원유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민간기업이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협상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미국이 콘덴세이트를 가스처럼 수출품목의 하나로 허가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교섭해줄 수 있는지 산업부에 의향을 물어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미국 내에서도 원유 수출 제한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셰일 원유가 대량 생산되면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북해산 브렌트유에 비해 큰 폭의 하락을 보여 왔다. 이 때문에 재고로 쌓여있는 미국산 원유를 수출하면 석유산업이 강화되고 재정건전성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원유 수출을 허용할 경우 휘발유 등 석유제품의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반대 여론에 부딪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셰일가스 생산 증가의 영향으로 수출량이 급증하고 있는 천연가스처럼 미국이 원유 대신 콘덴세이트를 수출품목으로 넣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교섭이 가능한 지에 대해 SK에너지가 산업부에 문의했다는 설명이다.
콘덴세이트는 천연가스에서 나오는 액화상태의 원유로 원유와 제품의 중간적 성향을 띄고 있다. 이를 통해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원료가 되는 나프타가 만들어진다. SK에너지 입장에서는 미국산 콘덴세이트를 가공해 석유화학 업체들에게 나프타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또 파라자일렌(PX) 사업을 하는 SK인천석유화학에도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1조6000억원을 들인 SK인천석유화학의 PX공장은 오는 4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PX는 콘덴세이트를 정제해 생산한 나프타를 다시 분해해 만드는 석유화학 원료다.
SK 관계자는 "미국산 콘덴세이트가 수입되면 현재 중동 일변도인 원유 도입선이 다양해지면서 전반적인 원유 수입 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에 기업과 국가 모두에게 득이 되는 방안"이라며 "현재 어느 정도의 물량 수입을 계획하고 있는 지에 대해선 확정짓지 않았지만 첫 수입 이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수입물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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