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성공 전망…정부 약값 인하 등 악재 넘어 실적개선 인정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올 초 임기 만료 예정인 국내 대형 제약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대부분 연임에 성공하며 장수 CEO가 될 전망이다.
제약 업황이 어려운 시기에 회사 경영을 맡았지만 양호한 성과를 보여 오너의 신임을 두텁게 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LG생명과학은 다음달 14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정일재 사장을 재선임할 예정이다.
2010년 말 취임한 정 사장은 이번에 재선임되면 향후 3년 동안 LG생명과학을 이끌게 된다. LG그룹 지주사인 (주)LG 부사장과 LG유플러스 사장을 거친 정 사장은 이로써 LG그룹 장수 CEO 대열에 오를 전망이다.
정 사장은 LG생명과학 최고경영자를 맡아 안정적인 실적 성장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임기 전 정체됐던 매출이 꾸준히 증가해 2012년부터는 연매출 4000억원을 넘기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실적 성장과 신사업 추진 등 취임 이후 뛰어난 경영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일동제약 정연진 사장도 연임에 성공하며 장수 CEO 대열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일동제약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2011년 초 CEO에 취임했다.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 등으로 업황이 어려운 시기에 취임해 회사 실적을 향상 시키는 등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정 사장은 특히 취약한 지배구조로 인해 위협받고 있는 회사 경영권을 지켜내야 하는 중책을 재임 기간 맡게 될 전망이다.
임기가 만료되지 않았지만 조순태 녹십자 사장도 장수 CEO로 꼽힌다. 2009년 말 사장에 취임한 조순태 사장은 재임 기간 안정적인 실적 성장을 이뤄내며 신임을 받고 있다.
올해는 국내 제약회사 최초로 올해 1조원 매출에 도전한다. 조 사장은 CEO 연임과 함께 한국제약협회 이사장직도 맡을 예정이다.
범위를 중견 중소 제약사까지 넓히면 장수 CEO 숫자는 크게 증가한다. 삼진제약과 명문제약, 경동제약 등 대표이사 임기가 10년 이상 된 회사들도 많다.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은 1984년부터 26년간 일동제약에 대표이사에 9번이나 선임된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전문경영인 교체가 빠른 IT나 자동차 등 다른 업종과 달리 제약업계에서 유달리 장수 CEO들이 많이 나오는 것은 업종 특성과도 무관치 않다.
제약업종은 사람들의 생명 및 건강과 깊은 연관이 있어 시장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기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가파르게 성장하거나 하락하기 힘든 보수적인 제약업종 특성상 CEO들도 장기적인 성과로 평가를 받는 경향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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