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국내 3위 휴대전화 제조사 팬택이 2년2개월 만에 다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결정하면서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한 모습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팬택은 이날 오전 산업은행 등 채권단을 상대로 워크아웃을 신청한다. 지난주 채권단이 팬택에 더 이상 자금 지원을 할 수 없다고 결정을 내리면서 이번주께 워크아웃 신청은 예고돼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팬택은 이미 전날 임직원들에게 워크아웃 결정 사실을 알렸다"며 "오전에 워크아웃 신청이 완료되면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가라앉아있다. 다시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되면 채권단에서 추가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이라는 게 직원들의 가장 큰 걱정이다. 팬택은 지난해 9월 '팬택 신화'를 이끌었던 창업주 박병엽 전 부회장이 경영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전 직원의 3분의1인 800명에 대해 6개월 무급휴직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이 눈에 띄는 자금구조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직원들은 예전부터 워크아웃 등으로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았던 경험이 많아 크게 충격적이지는 않으나, 워크아웃에 돌입한 후 구조조정 실시 여부와 규모 등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분위기다. 팬택은 유동성 악화로 지난 2007년 4월 워크아웃을 신청해 4년8개월 만인 2011년 12월 워크아웃에서 벗어났었다.
지난 20일 채권단은 "팬택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기는 어려운 만큼 워크아웃을 신청할 경우 정상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팬택은 권고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채권단이 추가 자금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인 데다, 자체 자금 조달에도 난항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팬택은 지난해 초 퀄컴으로부터 245억원, 같은 해 5월 삼성전자에서 530억원의 자본을 유치해 유동성을 보강했으나 이후 이렇다 할 투자유치를 이뤄내지 못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팬택의 유동성 자산은 5651억원. 이 가운데 현금성 자산은 366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채권단은 지난해 팬택의 영업손실액을 약 3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규모 자금력을 동원한 연구개발(R&D) 투자 및 국내외에서의 공격적인 마케팅 없이는 삼성과 애플의 양강 구도에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채권단은 워크아웃을 통한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한 후 '새 주인 찾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 중국 등 해외투자자에 매각하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근 레노버가 모토로라를 인수하는 등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는 팬택은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팬택의 자금난이 거론될 때마다 중국 자금이 들어올 것이라는 얘기가 꾸준히 나돌았다. 현재 중국 및 중동계 자본 등이 팬택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론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산업이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구도로 고착화돼 세계 판매 3위권을 다투는 LG전자도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와 인력문제 등을 감수하고 적극적으로 나설 곳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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