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쓴 약이 몸에 좋고,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옛말을 뒤로하고 기왕이면 달콤하고 편한 것들을 찾는 게 인지상정인 것일까? 무언가를 편하게 얻을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큰 끌림을 받는데, 그것은 불량이 되기 쉽다. 체중 감량의 면에서 본다면 그 대표적인 예는 ‘사우나’이다. 물론 높은 온도의 사우나에서 더위를 꾹 참아내며 땀을 줄줄 흘리면 몸무게는 줄어든다. 하지만 여기서 흘리는 땀은 운동을 하면서 흘리는 땀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철저한 식이요법과 운동이 다이어트의 기본 공식이라면 인내와 땀은 그 필요충분조건이 된다.
사우나로 대표되는 땀 빼기 다이어트는 중년층 여성에게 굉장한 인기가 있다. 사우나 모임도 많고, 다이어트를 하는 10명중 3명은 사우나에 빠져있다고 한다. 운동을 싫어하고, 맛있는 것을 즐기는 사람, 하지만 살이 찌는 것은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그저 가벼워진 몸을 잠시라도 즐길 수 있는 사우나는 편한 체중감량법이라고 여겨질 것이다. 더위만 참으면, 땀으로 노폐물까지 빠져 몸도 개운하고, 다이어트 효과도 있는 1석 2조의 방법으로 생각하기 쉽다. 왜냐하면 실제로 2시간 사우나를 하고 나와서 몸무게를 재보면 1~2kg 정도 줄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신체 사이즈는 늘 제자리걸음이다. 사우나를 할 때마다 1kg 이상 빠지던 체중은 어디가고, 많이 빠졌다고 믿었던 내 군살은 언제 이렇게 다시 돌아와 붙는 것일까. 집에서 먹는 밥의 양도 늘 일정한데 말이다.
우리는 ‘살을 뺀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살을 뺀다 함은 지방을 연소시켜 체지방률을 낮추고, 그 결과 체중감량이 따라오는 것이다. 그러나 사우나로 대표되는 가만히 앉아 땀을 빼는 식의 방법은 지방을 태우는 것이 아니다. 단지 몸 안의 수분을 빼는 것이다. 사우나는 혈액순환과 노폐물 배설의 기능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기능을 위해서 사우나는 10분이면 충분하다. 30분 이상 사우나가 지속되면 체온조절 시스템이 깨지며 노폐물이 아닌 수분만 빠져나갈 뿐 아니라, 몸에 꼭 필요한 전해질 배출까지 진행되어 몸의 균형을 깨게 된다. 또한 우리 몸에는 항상성(생존과 건강을 위하여 항상 최소한의 일정 양을 유지하려는 경향)이라는 적응현상이 있다. 수분 손실양이 초기에 많아지면 소변과 땀의 배설량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서 항이뇨호르몬까지 분비가 된다. 즉 수분이라는 것은 물 한 잔만 마셔도 다시 원래의 양으로 원상복귀 되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 몸은 탈수현상으로 생존의 위험을 막기 위하여 음식에 함유된 수분을 통해서라도 보충을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러므로 신체의 수분을 빼내는 사우나는 말도 안 되는 다이어트 방법인 것이다.
또한 장시간 사우나는 피부 탄력 저하와 함께 혈관 확장증, 건조로 인한 피부 노화를 가져오며 점점 쭈글쭈글 해지는 얼굴을 만들게 된다. 평소에 피부탄력 유지와 주름살 방지 기능이 있는 화장품을 사용하면서 많은 비용을 낭비하는데, 반복된 사우나를 통하여 피부의 손상을 가져오게 된다. 결국 사우나는 다이어트에도, 또 소중한 우리의 피부에도 전혀 이득이 없다.
신체의 60~65%는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체가 보유하고 있는 수분을 빼서 하루에 1kg 이상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물은 지방보다 4배 정도의 무게를 지닌다. 설거지를 할 때 기름이 물 위에 뜨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체중을 차지하는 물이 빠져나가면 부피가 줄어들기 때문에 나왔던 배도 좀 들어가 보이고, 허벅지나 팔도 가늘어진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마약같은 중독’이다. 즉 축구공에 잠시 바람이 빠졌다고 해서 야구공만큼 아담한 사이즈가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우리의 몸도 수분만 빠졌다고 해서 날씬해질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체질의 변화를 가져오는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다이어트의 최종 목표는 체지방의 연소로 살 안찌는 체질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하루 1~2kg 수분빼기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이어트는 인내와 노력의 결과로 내 몸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노력은 아름다움과 건강을 동시에 가져다주지만 노력 없이 얻는 대가는 사막의 신기루나 마찬가지 아닐까?
전형주 장안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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