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사부장 기용에도 셀프조사 논란 진정안돼…"대검 강력부장 지휘로 객관성 확보 노력"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검찰이 '서울시 간첩 증거 조작' 의혹을 조사할 진상조사팀을 꾸렸지만 의혹의 책임 당사자라는 점에서 조사 주체로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조사팀에 '간첩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검 공안부를 배제하긴 했지만 제대로 진상조사가 이뤄질지에 대한 의구심은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진상조사가 미흡한 결과로 이어지거나 적당히 봉합하는 선에 그칠 경우 특별검사제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19일 검찰에 따르면 진상조사팀장으로 노정환 서울지검 외사부장을 기용한 것은 주중 한국대사관 법무협력관으로 근무하는 등 중국 사정에 정통하고 중국어 능력이 뛰어난 '중국통'이라는 점이 고려된 결과다. 수사 주체인 서울지검 공안부가 진상조사 주체로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셀프조사' 논란이 번지자 이를 가라앉히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조사팀 지휘는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대검 강력부장이 담당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주목할 대목은 검찰이 뭇매를 맞는 상황에서도 3건의 '위조 문서' 입수를 둘러싼 경로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해명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8일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중국 선양 총영사관이 입수한 문서는 1건이라고 밝혔다. 결국 2건은 비공식 경로를 통해 확보된 자료라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이번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 검찰이 문서 위조의 주체로 거론되자 검찰 내부에서는 억울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국정원 쪽에서 문서를 입수하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인데 검찰이 뒤집어쓰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검찰은 국정원 쪽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혐의를 입증할 자료를 제공받고 있었는데 일부 자료의 경우 재판에서 증거 능력을 인정받기에는 발급 주체나 형식 등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자료를 100%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 검찰이 이번에는 왜 3건의 중국 공문서를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는지도 의문이다. 검찰이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게 아니라 위험성을 알면서도 어떤 이유 때문에 증거 제출을 강행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이는 수사 주체인 서울지검 공안부 쪽을 넘어 지휘선상 윗선으로 책임 논란이 번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번 사건 변호를 맡은 김용민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증거로 제출하기 전에 검증을 철저하게 하라는 얘기를 한 바 있다"면서 "검찰이 '증거 조작'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팀을 꾸렸다고는 하지만 조사 주체로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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