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헌법질서 준수를 위한 사전 예방조치인가, 특정세력을 정치권에서 배제하려는 시도인가. 통합진보당의 명운이 걸린 위헌정당 해산심판 2차 변론에서 정부와 통진당 측 참고인들이 팽팽히 맞섰다.
헌법재판소는 18일 오후 대심판정에서 2차 변론기일을 열고 위헌정당해산제도가 타당한지, 통진당 강령이 위헌인지 여부에 대해 양측의 참고인 진술을 들었다. 이날 변론은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진 뒤 처음 열린 만큼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부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정당해산제도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정치적 결사체로부터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한 사전 예방적 성격의 헌법수호제”라며 “정당의 목적과 활동 둘 중 하나가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한다면 해산 요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통진당의 강령은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되는 사회’를 추구하며 계급주의를 지향해 사회주의적 색채를 지니고 있다”면서 “또한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등을 명시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역시 정부 측 참고인으로 나선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는 “강령에 따른 통진당 활동이 사실상 계급투쟁적 성격을 가진다면 위헌성을 판단할 수 있다”면서 “강령의 표면적 의미뿐만 아니라 숨겨진 목적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당의 강령을 검토하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주요 인물의 발언,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통진당 측 참고인으로 나선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에 의한 정당해산심판은 양날을 지닌 날카로운 무기여서 엄격한 절차적 기준이 요구된다”며 악용될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정당해산제도는 민주주의를 그 적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반면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정치적 다수가 소수를 억압하는 논리가 돼 역설적으로 민주주의를 침해할 수 있다”며 “민주주의의 핵심이 ‘다름’에 대한 관용인 만큼 소수의 정치적 의사를 대변하는 정당의 존속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등의 주장을 담은 통진당의 강령이 외형적으로 북한의 관점과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이 자체로 민주주의와 배치된다고 보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송 교수는 “통진당의 주장이 북한과 같은지가 아니라 헌법상 주장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를 입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송 교수는 이석기 의원의 유죄 판결을 의식한 듯이 “한 개인의 행위와 정당 전체의 행위를 구분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소속 의원이 받고 있는 내란음모 등의 혐의는 정당 자체의 민주적 기본질서 위반과는 별개라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해산심판을 청구할 당시 주요 근거로 ‘RO’ 활동을 꼽았던 만큼 향후 변론에서 RO와 통진당 사이 연결고리를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부 측 참고인인 장영수 교수는 “당 간부들의 태도나 발언이 당의 공식적인 태도와 부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특히 정부의 전복이나 국회의 해체를 주장한다면 숨겨진 목적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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