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17일 한국노총을 방문해 신임 지도부와 만남을 가졌다. 방 장관이 한국노총을 방문한 것은 취임직후였던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만이다.
방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에서 김동만 신임 위원장 등 한국노총 지도부와 만나 "통상임금, 근로시간, 정년보장 등 근로자들의 삶의 질에 관련된 문제가 산적해 있다"며 "해결을 위해선 노사정 대화가 재개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말 철도노조 파업 당시 공권력이 민주노총 본부에 진입한 것에 반발하면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 불참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을 논의하기 위해 노사정위 산하에 설립하기로 했던 임금·근로시간특별위원회의 발족이 무기한 연기되는 등 노사정 관계는 파국을 맞았다.
방 장관이 이날 한국노총을 찾은 까닭은 꽁꽁 얼어붙은 노사정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서다. 당장 이날부터 총파업을 둘러싼 금속노조의 찬반투표가 진행되고 21일에는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가 예정돼있다.
그는 "사회적 대화의 물꼬를 터야 보이지 않는 길도 보이고, 없는 길도 만들 수 있다"며 "민주노총에도 적극적으로 대화를 제안하겠다. 같이 발로 뛰자"고 강조했다.
김동만 위원장은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등을 시발로 노동기본권이 크게 후퇴하고 있고, 심지어 민노총에 대한 공권력 침탈까지 벌어지면서 노정관계는 악화일로의 상황"이라고 지적한 후, "통상임금이나 노동 기본권 등 현안이 해결되려면 노와 정의 신뢰가 확립돼야 한다"고 대화를 통한 신뢰 회복에 공감을 표했다.
그러나 한국노총측은 정부의 민주노총 본부 진압, 통상임금 노사지침 등에 대해서는 날을 세웠다.
김 위원장은 "노동부(고용부)는 사용자편향적인 노사지도지침을 뿌리면서 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심각한 지점은 노동부가 노동자 편을 들지 않고 경제단체 편을 들고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노사관계정책이 없는 노동시장정책이 어떻게 성립할 수 있는가? 노동계를 코너에 몰면서 고용정책의 실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방 장관은 "그동안 노동부의 역할이 별로 없었다"는 이병균 한국노총 사무총장의 지적에 "오늘 문을 열었다. 대화가 이어지길 희망한다.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산별연맹 위원장 등 실무진과도 적극적으로 대화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방 장관과 김 위원장은 10여분간 공개 대화 후, 자리를 옮겨 비공개로 논의를 이어갔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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