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조정의 시작인가 대세 하락의 징조인가. 지난해 사상 최고 호황을 누린 미국ㆍ일본은 물론 신흥국 주식시장과 관련해 의문이 일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 글로벌 증시의 조정 이면에 투자자들의 심리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다소 회복세를 보이긴 했지만 글로벌 증시의 위험 요인은 여전하다. 미 증시는 테이퍼링에 따른 아르헨티나의 부도 위기설과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락 같은 신흥국발 불안 요인 및 구매자 관리지수 급락 같은 미국 내 경제성장 동력 약화 우려로, 일본 증시는 증시 상승을 주도한 엔저 효과의 축소 불안감으로 상승보다 하락 압력이 큰 상황이다. 신흥국 시장은 테이퍼링의 공포 앞에 낙폭이 커졌다.
이번 하락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정책 여파다. 그렇다면 테이퍼링이 사전에 예고됐던만큼 투자자들은 지난해부터 증시에서 자금을 빼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조정이 지난해 확보한 투자수익률을 현금화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은 벤 버냉키 전 FRB 의장의 거듭되는 예고에도 증시 상승을 핑계 삼아 증시에서 빠져나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해까지 넘겨가며 주식 팔 빌미를 찾다 이제야 일부 현금화하다 보니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듯 보였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이다.
같은 시각에서 최근 일본 증시의 급락도 엔화 강세는 핑계다. 지난해 51%나 급등한 일본 증시에서 투자이익을 현실화하다 보니 시장이 흔들렸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최근 신흥국 위기의 진원지인 우크라이나ㆍ터키ㆍ아르헨티나는 자국의 정치ㆍ경제적 문제로 스스로 무너졌다.
더욱이 두 차례의 양적완화 축소에도 FRB는 여전히 월간 650억달러(약 69조9075억원)를 풀고 있다. 양적완화 축소도 점진적이고 완만히 이뤄지고 있다.
재닛 옐련 신임 FRB의장은 취임후 의회에 참석해 "경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금리를 장기간 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가 급락해 위기로 돌아선다는 것은 기우라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주장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만은 없다. 앞으로 지속될 미국의 테이퍼링과 그에 따른 신흥국의 자본 유출, 이에 맞선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은 세계 투자자는 물론 신흥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국제통화기금(IMF) 근무 시절인 2008년 금융위기에 대해 경고한 라구잠 라잔 현 인도 중앙은행 총재는 "미국의 경우 테이퍼링이 다른 나라들에 미칠 영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을 정도다.
오히려 시장의 향방을 살피려면 증시의 체력부터 파악해야 한다. 기업 실적이 아무리 호전되고 있다지만 실적 대비 주가가 높게 형성돼 있다면 상승보다 하락 압력이 큰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렇다. 지난 10년 사이 기업 평균 이익 대비 주가 비율은 25배다. 언제든 조정이 닥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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