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라스단백질 규명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인간의 생명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암(癌). 전 세계적으로 암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최근 암 줄기세포를 성장시켜 암 세포를 활성화시키는데 라스단백질이 관여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앞으로 라스단백질을 어떻게 제어하느냐에 따라 항암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연구팀이 암의 재발과 전이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암 줄기세포의 활성화 과정을 밝혀냈다. 대표적 발암유전자이면서 항암제 개발에 가장 큰 걸림돌로 알려진 라스단백질이 암 줄기세포를 성장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찾아낸 것이다. 암 줄기세포 표적항암제 개발 등 후속연구로 이어질 디딤돌이 놓여졌다.
암 줄기세포(Cancer stem cell)는 암세포의 기원이 되는 세포이다. 무한히 생존하며 암 유발, 재발, 전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라스(Ras)는 세포성장신호를 조절하는 스위치 단백질로 대표적 발암유전자이다. 돌연변이가 생기면 세포가 무분별하게 증식하면서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서 윈트신호전달체계(생체 내에서 발생, 성장, 항상성 유지 등과 관련된 중요한 신호전달계로 암, 골다공증, 비만, 상처치유, 헤어형성 등과 연관성이 있음)와 라스 조절 등이 암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그동안 주요 발암인자인 라스와 암 줄기세포 활성화의 연관성은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라스에 의해 암 줄기세포의 활성화가 일어나며 그 결과 암의 성장과 전이가 촉진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대장암 발생 초기단계에 관여하는 중요한 유전자인 APC(윈트신호전달체계의 저해인자로 암 발생을 억제, 변이가 발생하면 윈트신호전달체계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어 암 발생, 대장암 환자의 90%에서 돌연변이 발견)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윈트신호전달체계가 활성화되며 암 줄기세포가 활성화되기 시작한다. 이 때 발암형으로 돌연변이된 라스 유전자가 암 줄기세포 활성화를 촉진하고 암의 형성, 성장, 전이 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돌연변이 라스를 가진 경우 정상 라스를 가진 대장암 세포에 비해 암 줄기세포 인자가 증가한 것이 확인됐고 생쥐에게 대장암 세포를 주사해 암을 형성시키면 정상 라스를 가진 세포보다 돌연변이 라스를 가진 세포의 암화능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라스의 새로운 기능을 규명함으로써 앞으로 라스에 의한 암 줄기세포의 활성화를 차단하는 방식의 항암제 개발 연구에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최강열·김태일 연세대 교수팀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 등의 지원으로 진행됐고 종양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the National Cancer Institute' 2월4일자 온라인판((논문명 Role of Oncogenic K-Ras in Cancer Stem Cell Activation by Aberrant Wnt/beta-catenin Signaling)에 게재됐다.
최 교수는 "암 발생의 핵심인자인 라스단백질이 암 줄기세포 활성화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며 "앞으로 암 줄기세포 표적항암제 개발에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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