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승부사'가 돌아온다. 3000억원대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승연 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의 조기 경영 복귀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동안 중단될 위기에 처했던 한화그룹의 신사업 등에 다시 시동이 걸릴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기정)는 11일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원, 사회봉사 30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1597억원을 공탁하는 등 피해 전체에 대해 회복했고 업무상 배임에 대해서도 피해금액을 실질적으로 회복했다고 판단된다"면서 "또한 피고인이 한화그룹 총수로서 그동안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점, 현재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점을 참작했다"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은 김승연 회장이 피해액의 100%를 공탁하고 계열사 손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등이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 김승연 회장은 파기환송심 기간에 탈루한 양도소득세는 전액 납부 및 그룹 피해액으로 추정되는 1597억원에 대해 전액 공탁했다.
김 회장 사건은 2010년 8월 금융감독원이 한화그룹 비자금 의심 차명계좌 5개와 관련해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대검은 서부지검으로 관련 수사첩보를 이첩했고, 9월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와 여의도 한화증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본격적으로 수사가 전개됐다.
곧바로 협력사 및 계열사 압수수색이 이어졌고 12월에는 김 회장이 3차에 걸친 소환조사를 받았다. 다음해 1월 서부지검은 김 회장에 대해 불구속 기소 결과를 발표했다.
2012년 7월 검찰은 김 회장에 대해 징역 9년과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고, 8월 서부지법은 김 회장에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같은 해 11월 김 회장은 건강 악화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지난해 1월에는 서울 남부구치소가 김 회장에 대해 구속집행 정지 건의서를 법원에 제출, 구속집행 정지 결정이 내려졌고 이어 9월 대법원은 일부 배임행위에 대한 유ㆍ무죄 판단에 법리오해, 심리미진이 있다며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이날 서울고법이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내리며 3년5개월여를 끌어온 김 회장 사건이 일단락됐다. 이후 김 회장은 그동안 악화된 건강 문제를 해결한 뒤 경영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지난해 1월 수감된 지 4개월여 만에 건강악화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김 회장의 경영복귀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지난해 비상경영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해 왔던 한화그룹은 빠른 시일 안에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화는 현재 김 회장이 수주했던 80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신도시 건설공사에 이어 1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재건 사업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석유화학 계열사인 한화케미칼의 이라크 플랜트 건설과 그룹의 신성장동력인 태양광 사업도 난항에 처한 상황이다.
한화 측은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오랜 재판으로 인한 경영위기를 극복함과 동시에 반성과 개선을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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