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체들, 재료 관세 낮춰달라 요구…보드업체는 반발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가구 재료로 쓰이는 파티클보드(PB)를 놓고 제조 업계와 가구 업계가 신경전을 보이고 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수입 PB의 관세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과 그렇게 되면 국내 관련 시장이 축소될 것이 뻔해 지금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는 것이다. 이들 갑ㆍ을 싸움의 뒤엔 가구 공룡이라고 불리는 이케아가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케아는 올 하반기 국내 1호점인 경기도 광명점을 내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다. 광명점은 KTX역 근처에 위치해 편리한 접근성을 자랑하는데 주차 3개층, 매장 2개층 등을 갖추고 각종 가구와 생활용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내 가구 업체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그중 하나가 원가 절감이다. 가구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PB를 해외에서 좀 더 싸게 들여와 제품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 한국가구산업협회, 한국금속가구공업협동조합연합, 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은 내달 기획재정부에 동남아산 PB 관세율을 현 8%에서 4%로 낮추는 할당관세 품목 추가를 신청할 방침이다.
할당관세란 해당 품목의 가격안정을 위해 세율을 한시적으로 낮춰 적용하는 탄력관세 제도를 말한다. 기본세율이나 잠정세율보다 우선하기 때문에 가구 단체의 요청이 받아들여진다면 업체들의 원자재 관세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국내 PB 제조 업체들은 가구에서 PB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5%에 불과해 할당관세를 적용해도 가구업체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보다는 가격 자체의 거품을 걷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동남아산 제품들이 가격 경쟁력으로 밀고 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또다시 가격을 내려야 해 결국 국내 PB 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2012년 동남아산 제품에 반덤핑관세가 없어진 후 가격이 급락해 업계가 어려운 상황이다. PB 업계 관계자는 "반덤핑관세 중단 전에는 장 당 1만1000원에서 하던 것이 9000원대로 떨어졌다"며 "PB 영업이익률은 2~3% 밖에 안되는데 가격이 2000원 정도 떨어져 손해가 엄청나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PB 업계는 할당관세 적용을 반대하지만 가구사에 제품을 팔아야 하는 처지여서 이렇다 할 이야기는 못하고 속만 끓이고 있다. PB 업체 관계자는 "저쪽(가구사)에서 제품을 사주는 갑 입장이다 보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