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리바트·에넥스 非브랜드시장 진출…영세업체 타격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대형 가구 업체들이 이른바 '사제(私製)'로 불리는 비(非) 브랜드 주방가구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브랜드 가구 업체 간의 경쟁이 심화되자 새로운 영역에 손을 뻗친 것이지만 영세 가구업체들은 '영역 침탈'이라는 반응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리바트는 올해부터 중저가 주방가구 브랜드 '리바트 키친' 사업을 개시, 지난달 말 현재 120여개의 제휴점을 모집했다. 기존 리바트의 주방가구 라인은 기업용(B2B)인 프리미엄급 '리첸'과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저가형 '케이티오'로 양분돼 있었다. 그럼에도 새롭게 중저가 라인업을 마련한 것은 사제 주방가구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3위권 업체인 에넥스도 지난달부터 사제 시장을 겨냥한 주방가구 '레볼루션 키친'을 선보이고 제휴점 모집에 나섰다.
사제란 비브랜드 가구를 통칭하는 명칭으로 브랜드 가구에 비해 인지도와 품질이 낮지만 가격이 저렴해 전체 주방가구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건설시장 침체로 인해 주방가구 시장에서 매출 급감을 겪은 리바트와 에넥스가 가정용 가구 라인업을 늘려가면서 사제 시장에 눈을 돌린 것이다. 리바트ㆍ에넥스 등은 그동안 주로 B2B로 주방가구를 공급해왔으며, 가정용 주방가구의 매출 비중은 극히 작았다.
1위 업체인 한샘이 iK(인테리어 키친)를 통해 사제 주방가구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것도 영향이 컸다. 한샘은 2008년 iK를 출범한 이래 매년 20~30%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12년 주방가구 매출액만 2600억원을 기록했다.
대형 회사들의 사제 시장 진출로 인해 영세업체들이 입을 타격은 적지 않다. 한 주방가구 업체 관계자는 "사제 주방가구 업체들은 가구공룡 이케아의 진출보다 한샘ㆍ리바트ㆍ에넥스 등의 시장 진입이 더 두렵다"며 "작은 업체들이 가져가야 할 매출이 대형 브랜드의 매출로 흡수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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