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미국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여파로 지난달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120억달러(12조8640억원 상당)가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펀드평가기관 EPFR 글로벌 자료를 인용, 지난달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122억달러가 유출됐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달 첫째주 13억1800만달러였던 유출규모는 셋째주 24억2900만달러로 확대됐다 마지막주 63억달러로 급증했다. 이는 2011년 8월 이후 주간 기준 가장 큰 자금유출 규모로 아르헨티나 통화위기를 계기로 테이퍼링 취약국에서 자금유출이 가속화한 것이다.
신흥시장 채권형 펀드도 자금이탈로 고통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마지막주 27억달러가 빠져나간 것을 포함해 지난 한 달간 46억달러가 이탈했다.
신흥국 증시의 매도세로 지난달 글로벌 주식시장도 금융위기가 최고조이던 2009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FTSE 전세계주식인덱스는 신흥국 통화위기 여파로 지난달 3.8% 하락했다.
신흥국 통화 팔자 열풍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터키의 리라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래드화는 매도세가 이어졌고, 헝가리아 포린트화와 같은 다른 통화 가치도 떨어졌다.
신흥국 증시의 매도세는 선진국 주식시장에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미국과 영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4대 주식시장은 지난달 동반 하락했다. FTSE 100 지수는 3.5% 하락했으며 유로 퍼스트 300도 지난달 1.9% 주저앉았다.
도쿄의 닛케이 225지수는 8.5% 급락했으며 뉴욕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3.6% 하락해 1월 장을 마감했다.
이같은 자금유출의 최대 피해자는 마크 모비우스의 플랭클린 템플턴이 꼽혔다. 하지만 보비우스 수석 펀드매니저는 “시장이 가라앉을 때 주식을 쉽게 살수 있는 만큼 우리에게는 기회”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템플턴의 글로벌 채권형 펀드는 신흥국에 상당한 양을 투자했으며 지난주 신흥국 사태로 큰 손실을 봤다. 퍼스트 스테이트와 같은 투자운용사도 신흥국 현지 통화에 투자했다 낭패를 봤다.
다만 무어 캐피털과 M&G 인베트스트먼트, 애버딘 애셋 매니지먼트 등 일부 헤지펀드는 신흥국 통화에 대한 공매도로 대박을 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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