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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길 예매보다 힘든 '신권 교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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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권교환…비효율적 풍급 바꿔야 의견도

귀향길 예매보다 힘든 '신권 교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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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나영, 손선희, 최동현 기자 ]#"새 돈으로 바꾸기가 귀향길 버스표 예약보다 더 힘드네요." 명동의 한 은행 지점에 신권 교환을 위해 들른 주부 고객 이경희(48ㆍ여)씨의 말이다. 이미 은행을 세 군데나 돌아다녔다는 이씨는 "겨우 1000원권, 5000원권이라도 교환할 수 있는 곳에 찾아왔다"며 신권 교환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은행에 세뱃돈 신권 교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설 명절에 세뱃돈을 신권으로 주는 풍습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시중 은행들이 확보한 신권 수량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 1인당 신권 교환 액수가 제한돼 신권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한국은행의 5만원권 회수율이 49%대로 낮아지면서 시중 은행에 할당된 신권 지폐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명절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시중의 한 은행에서는 새 돈으로 바꾸려는 고객들과 "신권 없다"고 외치는 은행 직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서울의 대표적인 사무실 밀집 지역인 여의도의 은행 지점들은 이른 아침부터 출근길에 신권 교환을 위해 은행을 찾은 직장인들로 붐볐다. 그 중 한 은행은 입구에 '신권 교부 중지' 안내문이 부착돼 있기도 했다. 또 다른 은행은 들어서자마자 "1만원짜리 아예 없습니다"라고 외치는 로비매니저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이 곳 역시 1만원 신권은 이미 동이 난 상황이었다.


은행 입구에 부착된 안내문을 보고 있던 직장인 황승민(40)씨는 "일부러 출근길에 들렀는데 일찍 와도 없을 줄은 몰랐다"며 발길을 돌렸다.


한 시중은행 직원(50대·남)은 "1만원권은 어제 오후에 다 나갔다"며 "일부러 조금씩 나눠줬는데도 수량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진 강남역 근처 은행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오전 9시30분께 강남역 인근 A은행을 찾은 직장인 황유나(27ㆍ여)씨는 "친척 동생들이 많아 1만원권 위주로 바꾸려고 했는데 하나도 바꾸지 못했다"며 "일단 5만원권만 바꾸긴 했는데 이를 다시 어떻게 쪼개나 걱정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A은행 관계자는 신권 교환 제한에 대해 "한 사람이 많은 양을 교환해가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입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린 조치"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뱃돈을 신권으로 주는 풍습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20년 전부터 신권 교환을 안 한다는 직장인 강형선(52)씨는 "세뱃돈이 신권이면 어떻고 구권이면 어떻냐"며 "매번 신권 수량 부족으로 은행들이나 고객들이나 홍역을 치르는데 이는 국가적 낭비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결혼생활을 하는 외국인들 역시 이런 풍습을 못마땅해 하고 있다. 한 4년제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는 일본인 사모토마리(38·여)씨는 "8년째 신권 교환을 하러 은행을 찾았는데 올해는 신권 구하기가 유난히 힘들다"며 "굳이 세뱃돈을 신권으로 줘야 하는지 의문이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는 또 "가장 많이 쓰이는 1만원권 같은 경우는 한 사람당 30만원까지는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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