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 세이버' 수상자 능동119안전센터 원종선 소방장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사람을 살려내는 비결요? 비결은 없습니다. '오늘은 꼭 살리자' 이 생각으로 현장에 나가는 것뿐입니다."
서울 능동 119안전센터 원종선(여·37·사진) 소방장은 현장에 나갈 때마다 간절한 기도를 올린다. 누군가에게 소중한 가족인 환자의 심장이 다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길 기원한다. 분초를 다투는 긴박한 시간 싸움에서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며 응급현장을 향한다.
14년간 소방구급대원으로 활동해 온 원 소방장은 정부가 수여하는 '하트 세이버' 안전행정부 장관상 수상자로 확정됐다. 하트 세이버는 안행부가 심폐소생술로 가장 많은 환자를 소생시킨 공을 인정해 수여하는 것으로 지난해 처음 시행됐고 이달 중순 시상식이 열린다. 원 소방장이 최초 수상자다.
원 소방장은 지난해 심정지 환자를 구조하기 위해 6번 출동했고 3명을 살려냈다. 가장 최근엔 용변을 보다 쓰러진 중년의 남성을 살려냈다. 지난해 10월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50대 후반 남성이 쓰러져 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에 나간 원 소방장은 환자를 보자마자 가슴부위를 압박해 심폐소생술에 들어갔다. 3분여가 흐르고 환자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자 원 소방장은 용변이 묻은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생사를 넘나들던 사람들을 살려낼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그 분들의 운이 좋았던 것 뿐"이라고만 말했다. 오히려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끝내 숨을 거둔 사람들을 생각하면 아쉽기만 하다. 원 소방장은 "매번 최선을 다하지만 환자 상태가 나아지지 않거나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소방관으로 생활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그에게 현장은 매일 새로운 곳이다. 그는 "대학에서 영상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배운 현장과 실제로 눈 앞에 펼쳐진 세상은 너무나 달랐다. 똑같은 상황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대처방법도 모두 달라 현장이 매일 새로운 곳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동료 소방관들과 사건사고 현장을 열심히 누비는 강인한 소방관이지만 그는 딸 쌍둥이를 둔 엄마이기도 하다. 엄마로, 학부형으로, 소방관으로 3조 2교대의 빡빡한 일정을 매일 같이 소화할 때는 가끔 숨이 벅차오기도 한다. 주야간을 교대로 일하며 생활리듬이 많이 깨지고 불규칙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직업에서는 느낄 수 없는 큰 보람이 있다는 점을 항상 잊지 않으며 원 소방장은 오늘도 현장을 향해 달린다.
"생사를 넘나드는 사람들을 늘 마주해야 하지만 그 분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했다는 뿌듯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요. 그게 제가 이 일을 하는 이유입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