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내용과는 딴판인 노숙인 취업 제도···1·2기 모두 취업 활성화 안돼 '반쪽짜리'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서울시가 노숙인의 재활을 돕고 취업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추진한 '노숙인 호텔리어' 사업이 홍보된 내용과는 딴판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노숙인들에게 취업을 주선했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었지만 정작 이들의 자활을 돕기 위한 당초의 운영 취지는 전혀 살리지 못했다.
서울시는 신세계조선호텔과 노숙인 자활·자립을 지원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지난해 6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호텔리어 34명을 배출했다고 발표했다. 노숙인 호텔리어 사업은 서비스와 현장교육 등을 호텔 측이 담당하고, 전반적인 운영은 시가 위탁한 노숙인 재활시설에서 하고 있다. 시는 1000만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했다.
시는 지난해 1기와 2기 각 17명씩이 모두 교육을 수료해 '호텔리어'가 된 것으로 확정됐다고 발표했지만, 10일 현재 정작 호텔에 직접 고용돼 근무하는 수료자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호텔의 직접고용이 아닌 호텔 협력업체 소속으로 취업했고, 일부는 마트에 취업했지만 시는 이들까지 모두 호텔리어로 일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또 1기 수료생 중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일을 하고 있는 수료생은 한 명도 없다. 14명은 아예 일을 하지 않고 있고 3명은 현재 면접 대기 중이다. 2기 역시 4명만 호텔이나 마트 협력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채 몇 달이 되지 않은 시점에 대부분의 수료생들이 일을 그만뒀지만 실태조사는 하지 않은 채 개인적인 사유로 치부하는 데 그쳤다.
서울시 관계자는 "호텔 업무가 맞지 않는 경우가 있어 마트 분야로 확대해 취업을 연결했고 의지가 약하거나 업무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등 개인적인 이유로 퇴사하는 것을 시에서 막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2기 수료생 취업 발표 당시에는 해당 협력업체와 구두상으로만 채용 조율을 한 상태에서 이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 호텔 협력업체 관계자는 "당시 면접 일정도 잡지 않은 상태였는데, 취업이 확정된 것으로 발표돼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2기 교육에 참가했던 한 교육생은 수료식 당일 "노숙인이 취업을 하면 조금만 실수를 해도 '그럴 줄 알았다'는 비난을 하거나 공공연히 퇴사 압박을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들을 시에서도 관리해 유지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결국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시는 "지난해 처음 시행한 탓에 준비가 다소 덜 된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1기 수료생들이 줄줄이 일터를 떠난 후에도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사회적 입지가 약한 노숙인을 내세워 실적 홍보에만 급급한 '전시행정'에 머물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시 관계자는 "올해에는 1·2기 운영 시 부족했던 부분을 제대로 파악하고 노숙인 호텔리어 사업을 보완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