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지난해 남미 주식시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외국 자본이 이탈하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가 이상 폭등을 기록했지만 남미 최대 시장 브라질 등 그밖의 주요국 증시 대다수는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미국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올해 남미 증시를 전망하면서 지난해 급락으로 저가 매력이 높아졌다고 최근 보도했다.
특히 남미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크게 떨어져 저가 매수 기회는 더 커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경제적으로 불안한 일부 국가는 배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고 유망 투자처는 브라질= UBS은행의 조프레이 데니스 이머징마켓 전략 부문 대표는 "올해야말로 좋은 매수 기회"라며 "사람들이 지난해는 끔찍했다며 올해는 분명 좋아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시장은 월드컵과 올림픽을 앞둔 브라질이다.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는 지난해 15.5% 하락했다. 달러화로 환산할 경우 하락률은 무려 26%다. 지난해 브라질 헤알화가 달러 대비 15.2% 하락했기 때문이다. 달러를 지닌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브라질 시장이 더 매력적인 셈이다.
브라질 증시 시가총액 1위인 광산업체 발레는 지난해 시총이 300억달러(약 31조9800억원) 줄었다. 브라질 최대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는 340억달러를 잃었다.
지난해 주가 급락으로 보베스파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10.7배에 불과하다. 지난해 연초 19.2배에서 절반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미국 S&P500 지수의 15.4배에 비해서도 크게 낮아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브라질이 경제성장률 2.5%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페루·칠레 4~5% 성장 기대= 성장률 전망치만 놓고 보면 브라질 외 국가들이 더 매력적일 수도 있다.
IMF는 남미에서 브라질 다음으로 경제 규모가 큰 멕시코의 경우 올해 성장률 3%를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1.3%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멕시코 증시의 IPC 지수는 지난해 2.2% 하락해 남미에서 가장 선방했다. 멕시코는 지난해 새 정부 출범 이후 개혁정책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멕시코 페소화는 지난해 달러 대비 1.4% 하락했다. 달러로 환산할 경우 IPC 지수 하락률은 3.1%다.
칠레, 콜롬비아, 페루의 경제성장률은 멕시코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페루의 성장률은 5.7%를 기록해 남미에서 가이아나공화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아질 듯하다. 지난해 성장률은 5.4%다.
페루는 지난해 남미 증시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던 시장이다. 페루의 IGBVL 지수는 지난해 23.6% 급락했다. 페루의 누에보솔화도 9.7% 하락했다.
칠레의 올해 성장률은 4.5%로 지난해보다 0.1%포인트 높아질 듯하다. 콜롬비아 역시 지난해보다 0.5%포인트 높은 4.2% 성장률이 기대된다.
지난해 콜롬비아의 IGBC 지수는 11.2%, 칠레의 IPSA 지수는 14% 하락했다. 콜롬비아 페소화와 칠레 페소화 역시 지난해 달러 대비 약세를 기록했다.
◆아르헨·베네수엘라는 예외=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는 기피해야 할 투자처다. 두 나라 모두 정치·경제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상 폭등도 올해 상승 기대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경기침체와 인플레를 겪었지만 증시가 89% 폭등했다. 베네수엘라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 사망 이후 증시가 무려 480%나 올랐다.
페더레이티드 인베스터스의 오드레이 카플란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현재 남미에서 투자가치가 있는 나라는 브라질 뿐"이라며 "다만 브라질이 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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